“부끄럽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세속적인 인간이 된 것 같아 민망하기도 하고요. 제가 지금 ‘답사’를 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제가 무얼 받은 건 아닙니다. 이 연구소도 저와 직접 관련되는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건양대의 것입니다. 저는 다만 콘텐츠를 제공할 뿐이죠.”
소설가 박범신(사진)씨의 얼굴에 수줍은 미소가 어렸다. 29일 오후 충남 논산 건양대 건양회관에서 열린 ‘박범신 문학콘텐츠연구소’ 개소식에서였다. 생존 작가로서 자신의 이름을 단 연구소 개소식에서 발언하는 데 대한 쑥스러움이 느껴졌다. 그러나 작가의 출신지와 그곳 대학이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할지에 대한 소신을 밝히면서는 목소리에 한결 힘이 실렸다.
“어떤 지역 출신 작가의 자료와 연구 목록은 그 지역에 있는 대학이 가장 충실하게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게 저의 평소 소신입니다. 이 연구소를 만드는 데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제가 동의한 것도 그런 소신 때문이에요. 정치와 경제는 물론 문화조차도 서울 집중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건양대가 처음 시작한 작가 연구소가 나라 곳곳의 다른 대학으로도 확산되기를 기대합니다.”
박범신 문학콘텐츠연구소 안에는 작가의 육필원고와 저서, 사진과 영상 자료 등이 전시되어 답사와 교육에 쓰일 수 있도록 했다. 이날 연구소 개소식에서는 작가가 <박범신 중단편전집>(전7권) 저작권을 건양대와 연구소에 양도하는 판권 이양식도 아울러 열렸다.
이어 건양대 명곡정보관 6층 무궁화홀에서 ‘제2회 와초 박범신 문학포럼’도 열렸다. 이평전 서원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포럼에서는 박범신 작가의 특별강연에 이어 류보선·정은경·송준호·김화선 교수 등이 박범신 중단편전집을 집중 조명하는 발표와 토론을 벌였다.
구수경 연구소장은 “한국 문학의 빛나는 보석이자 논산의 자랑인 박범신 작가의 문학세계를 깊이 연구하며, 논산시와 협력해 박범신 문학과 지역문화자원을 활용한 문화행사 및 인문교양 프로그램을 기획함으로써 논산을 명품 문화도시로 만드는 데 일조하겠다”고 밝혔다.
논산/글·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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