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 지음/한겨레출판·1만5000원 수필가 전숙희 탄생 100주년을 맞아 평전 <벽강 전숙희>가 발간됐다. 전숙희는 1916년 강원도 통천군에서 태어나 2010년 세상을 떠났다. 1935년 당시 이화여전 교수였던 소설가 이태준의 지도로 단편소설을 <여성> <사상계>에 발표하며 등단했고 20여권의 수필집을 남겼다. 문학잡지를 발간했으며 한국현대문학관을 건립하는 등 한국 문학 발전에도 기여했다. 책에는 한국 근현대사의 격동기에 살았던 이들이 흔히 그렇듯, 파란만장한 시절을 보낸 그의 이력이 잘 드러난다. 풍요로운 유년기를 보냈던 그는 아버지가 교회에 전재산을 기증한 뒤 가난에 시달렸다. 10대 시절 수술비가 없어 인턴 실습용 무료 수술을 받았고, 1931년 이화여고 시절 동맹휴학으로 감옥에 갇히는 등 ‘사건’도 많았다. 이화여전 입학 뒤엔 일제하에 사는 것을 모욕과 수치라고 생각해 죽음을 심각하게 생각했고, 학교에서 배울 것이 없다며 자퇴서를 냈다. ‘배운 여자’라 남편을 불행하게 할 수 있다며 시집에서 결혼을 반대했다는 에피소드에서는 당시의 여성관을 발견할 수 있다. 그와 문인들이 ‘88년 서울 펜대회’를 유치했던 1985년 미국 국제펜대회 일화는 특히 유명한데, 당시 인권 탄압을 이유로 귄터 그라스, 루이제 린저, 수전 손탁 등 유명 작가들이 서울 대회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2002년 전숙희는 87살에 ‘한국판 마타하리’로 불렸던 여간첩 김수임의 이야기를 다룬 장편소설 <사랑이 그녀를 쏘았다>를 썼다. 억울하게 간첩 혐의로 사형당한 이화여전 선배 김수임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책에는 개인사와 가족사, 동생 전락원의 이야기도 상당 부분 담겼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