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철학사전(전 5권)
기마에 도시아키 등 엮음, 이신철 옮김/도서출판b·40만원
<현대철학사전>이 전 5권으로 완간됐다. 마지막 번역본 <니체사전>이 나오기까지 번역 시작부터 꼬박 11년, 첫권 출간부터는 7년이 걸린 대작이다.
제2권 <헤겔사전>(2009), 제1권 <칸트사전>(〃), 제3권 <맑스사전>(2011), 제5권 <현상학 사전>(〃), 제4권 <니체사전> 순으로 출간된 이 사전의 전체 분량은 3523쪽, 원고지로는 4만장이 넘는다. 제1권 ‘(칸트의) 가능성’부터 제5권 ‘후설의 현상학’까지 실린 항목이 4710개나 된다. 각 사전은 해당 철학자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본 개념, 그의 철학에 영향을 끼친 전사와 인물들을 상세히 해설했다. 또 각 철학자의 연보와 저작 목록, 참고문헌 목록, 한국어 문헌 목록, 사항·인명·저작명 색인을 곁들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번역 저본으로는 일본 고분도(弘文堂) 출판사가 1992~2000년에 걸쳐 낸 같은 이름의 사전들이 쓰였다. 각 사전 편찬에는 칸트 150여명, 헤겔 100여명, 마르크스 120여명, 니체 40여명, 현상학 130여 명 등 모두 540여명의 전문 학자들이 참여해 일본 철학계의 수준과 역량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 많은 항목의 집필자와 엮은이 중에 겹치는 사람이 없다니 놀랍다.
이 많은 분량을, 분야가 조금씩 다른데도, 무려 7년이나 걸려, 한 사람이 번역해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카이스트에서 교양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옮긴이 이신철(52·사진) 박사는 이 사전이 “독자들에게 철학의 미로를 헤쳐나가는 ‘아리아드네의 실’이길 바란다”고 썼다. 무턱대고 덤볐다간 지레 포기하거나 길을 잃고 헤매기 십상인 철학적 개념의 숲에서 이 사전이 지도와 지피에스(GPS)를 합쳐 놓은 것 같은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다.
-어떻게 혼자서 번역을 하게 됐나.
“2005년에 의뢰를 받고, 내가 헤겔 전공자라 처음엔 헤겔만 하겠다고 했는데, 칸트 번역자를 구하기 힘들다고 해서 그것도 맡았다. 2009년 헤겔과 칸트를 끝냈는데, 마르크스와 현상학, 니체는 (번역이) 잘 안 되고 있다고 해서 결국 내가 하게 됐다.”
-번역 과정에서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았다?
“‘수유너머’의 오석철씨와 함께한 <맑스 사전>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부 혼자서 옮겼다. 더러 주변에 맡기고 자신은 감수하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난 철저히 개인 작업으로 혼자서 했다.”
-어려움은 없었는지.
“영어와 일어, 독일어는 읽을 수 있고, 불어, 희랍어, 라틴어 등은 사전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정도인데, 다양한 언어가 개입되는 철학의 특성상 내가 가진 언어지식이 큰 오류 없이 번역을 마칠 수 있는 조건이 됐다고 생각한다.”
-우린 언제쯤 이런 사전을 만들 수 있을까.
“옮긴이 서문에도 썼지만, 항상 그런 아쉬움이 남는다. 번역하면서 보니, 같은 관념론 안에서도 각 항목 집필자가 전혀 중복되지 않아 일본의 학문적 역량에 깜짝 놀랐다. 우리도 언젠가 사전을 만들긴 해야겠지만, 여러 여건상 그게 언제쯤 가능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강희철 기자, 사진 도서출판b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