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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출퇴근, 일터와 쉼터를 구분하다

등록 2016-10-20 20:13수정 2016-10-20 20:19

출퇴근의 역사-매일 5억명의 직장인이 일하러 가면서 겪는 일들
이언 게이틀리 지음, 박중서 옮김/책세상·1만9800원

생활문화에 대한 연구는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삶의 풍경을 새롭게 되새길 기회를 준다. 서로 떨어진 집과 직장을 오가는 ‘출퇴근’ 역시 마찬가지다. 오늘날 전세계 5억명의 직장인들이 출퇴근을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막상 그 역사를 되짚어보면 ‘여기에서도 인류사의 거대한 흐름을 찾을 수 있구나’ 싶다. 담배와 술의 문화사 등을 써온 작가 이언 게이틀리가 시시콜콜 깨알 같은 연구와 분석으로 도움을 준다.

근본적으로 출퇴근이란 행위에는 “교통수단을 이용해 한 사람의 일터(사냥터)와 쉼터(아궁이)를 분리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 시작은 철도 산업이 새롭게 일어서던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증기력을 이용한 운송수단이라는 형태로 나타난 기술 덕분에 이런 분리가 가능해져, 결국 통근의 꽃봉오리가 맺히고 머지않아 활짝 꽃을 피웠다.” 철도는 애초 화물 운송을 주된 목적으로 삼았으나, 여객 수요가 점차 늘어났다. 사업의 상당 부분을 통근자에게 의존한 최초의 철도 노선은 1836년 개통한 런던-그리니치 철도라고 한다.

통근은 소수의 전문직으로부터 전체 계급으로 확산됐고, 이는 도시와 교외가 나누어진 오늘날의 지배적인 삶의 풍경을 만들어냈다. 이동의 자유와 경제적 진보가, 일자리는 있지만 과밀하고 비위생적인 대도시로부터 분리된 교외에 자신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삶을 가능케 한 것이다. 지방마다 제멋대로였던 시간 관념이, 철도의 발전에 따라 ‘표준시’로 모아지게 된 것도 큰 변화다. 미국에서는 통근 문화와 맞물려 자동차 산업이 크게 일어났고, 이는 전세계적으로 주된 통근 수단으로 정착했다. 통근 시간은 더 넓은 사회로 퍼져나가게 될 통신 기술 및 양식의 시험장이 되어, 정보기술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줬다.

이처럼 눈부시게 발전해온 통근 문화는 대중교통의 과밀, 도로의 정체 등 부정적인 현상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극심한 도로 정체가 ‘노상 분노’를 일으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지은이는 “지난 한 세기 반 동안 통근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각자의 삶을 향상시킬 기회를 제공했다”며, 통근이 지닌 긍정적인 측면을 더 강조한다. 지은이는 “통근이라는 현실을 한탄하기보다는, 차라리 1세대 통근자들과 같은 개척자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그들에게 통근은 그때까지 존재 고유의 특성이나 다름없었던 고된 노동에서 벗어날 기회를 상징하는 동시에, 자신이 사는 세계를 개조할 자유를 상징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더 나아가, 지은이는 기술이 더욱 발전해 통근 자체가 없어질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무실 근무자가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은 사냥 및 채집을 하려는 유전적 경향을 만족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며, 이같은 유전적 경향이 우리에게 남아있는 한 통근은 우리 곁에 항상 남아 있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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