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지음/창비·8000원 도종환(사진) 시인은 2012년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한 뒤 올해 총선에서 지역구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한 현역 정치인이다. 비례대표 의원이던 지난 연말 국립문학관 건립을 포함하는 문학진흥법 제정을 주도한 것이 그였다. 지역구 의원이 된 올해에도 미르재단 문제에서 문화예술위원회 블랙리스트 논란까지 그는 현안의 한복판에서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월 바다>는 전작인 <세시에서 다섯시 사이>(2011) 이후 5년 만에 펴낸 그의 열한번째 시집이다. 시집에 실린 시 대부분은 의정 활동 기간 중에 쓰인 것들이다. ‘시인의 말’에서 그는 “진흙이야말로 있는 그대로의 우리의 현실”이라며 “그 속에 들어가지 않고 어떻게 현실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을까” 묻는다. 현실이라는 예토(穢土) 자체가 진흙 구덩이이겠거니와, 그 더러운 현실의 온갖 모순이 집결해 각축을 벌이는 국회는 더 말할 나위도 없으리라. 그가 <서유기> 이야기를 시로 쓴 연작에서 “그 짐승들 데리고 천축까지 간다”(‘서유기 4’)고 다짐하듯 말하는 것이 그의 국회 입성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물론 이 연작에서 시인은 “내 안에도 저런 원숭이 같은 게 있으리라”(‘서유기 1’) 또는 “내가 저 짐승과 다를 게 없다”(‘서유기 2’)라며 자기를 돌아보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도종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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