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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절대공동체’의 경험과 상실감 사이의 틈, 광주

등록 2016-10-27 19:31수정 2016-10-27 20:00

평론가 K는 광주에서만 살았다
김형중 지음/난다·1만3000원

문학평론가 김형중은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학교를 다녔고 직장(조선대 교수)도 광주에서 얻었다. 책 제목처럼 그는 광주에서만 살았다. 그가 태어날 때 그의 고향 송정리는 광주가 아닌 광산군이었지만 1988년 광산군이 광주로 편입됨으로써 그의 ‘광주 연고’는 완벽하게 되었다.

<평론가 K는 광주에서만 살았다>는 김형중이 들려주는 광주 이야기다. 이광호(용산), 강석경(경주), 허수경(뮌스터) 같은 문인들이 참여한 바 있는 출판사 난다의 연속물 ‘걸어본다’의 아홉번째 책. 김형중은 고향 송정리에서부터 금남로와 양림동, 망월동 묘지와 기아 챔피언스필드 야구장에 이르기까지 광주의 10개 권역을 산책하며 그 공간의 과거와 현재, 역사와 기억, 풍경과 사람을 글로 옮겨 놓는다. 직접 찍은 사진들이 글과 어우러진다.

“누군가 ‘광주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K로서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순간적이었던 절대공동체의 경험과 이후의 긴 상실감 사이에 벌어진 틈, 그것이 ‘광주’라는 기호의 의미라고…. 바로 그 틈을 메우기 위해 광주 사람들은 야구에 미치고, 법에 매달리고, 민주당(그 이름이 어떻게 바뀌어왔건)에 집착하고, 김대중을 우러르고, 노무현에게 투표하고, 결국에는 안철수에게까지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김형중은 사회학자 최정운이 <오월의 사회과학>에서 쓴 ‘절대공동체’라는 표현으로 광주를 설명하고자 한다. 사회학자와 문학평론가가 말하는 절대공동체란 1980년 5월 광주, 더 좁히자면 광주 시민이 도청을 점령한 5월20일에서 21일까지의 시간과 공간을 가리킨다. 정치·사회적일 뿐만 아니라 거의 종교적이고 예술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이 시공간의 경험이 지금까지도 광주와 광주 사람들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그가 5·18을 다룬 최윤의 소설에 대한 글로 문학평론을 시작했고, 해마다 ‘5월 문학’에 대한 글 한두편씩을 쓰려 노력하며, <봄날>의 작가 임철우를 존경하고,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최근 한국 문학이 낳은 걸작이라 여기는 것은 그 역시 그런 의미에서 ‘광주 사람’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광주에 하나밖에 없는 예술영화 전용극장인 광주극장을 다룬 장에는 그가 등단 직전부터 6년 동안 사회과학서점 ‘청년글방’을 운영했던 시절의 이야기와 당시 그가 썼던 글도 나온다. 평론 장르의 특성상 평소 알기 힘들었던 글쓴이의 개인적 체험과 인간적 면모를 알려준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최재봉 기자, 사진 김형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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