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그레이트북스’ 발간 스무돌 맞아
1996년 화이트헤드의 <관념의 모험>을 첫권으로 시작한 ‘한길그레이트북스’가 올해로 발간 20돌을 맞았다. 그 사이 펴낸 종수가 150권을 넘겼다. 이처럼 체계를 갖춰 동·서양의 고전을 망라한 시리즈는 우리 출판사상 유례가 없다.
한길사 김언호 대표는 지난 31일 이를 기념하는 기자 간담회에서 “한권 한권 내다보니 어느덧 20년이 됐다”며 “처음에는 이런 출판이 과연 지속 가능하겠느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 와서는 우리 출판계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출판 프로젝트가 됐다”고 말했다. 누적 판매 부수는 10월 말 기준 70만부를 기록했다.
김 대표는 책 선정 기준을 궁금해 하는 질문에 “어제도, 오늘도, 내일에도 검증되고 유용한 책, 시의성이 너무 강하지 않으면서 앞으로 50~100년은 너끈히 갈 수 있는 책”이라고 밝혔다. 그레이트북스에는 동·서양의 주요 고전과 사상서들이 빼곡하다. 우선 많이 팔린 책들을 보면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24쇄·4만1500부)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19쇄·2만8200부) △같은 저자의 <인간의 조건>(22쇄·2만3300부) △에릭 홉스봄의 <혁명의 시대>(18쇄·2만1200부) △같은 저자의 <자본의 시대>(13쇄·1만4800부)가 상위 5위에 들었다.
전체 목록에는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 한비의 <한비자>, 루소의 <에밀>, 마르셀 모스의 <증여론>, 헤겔의 <정신현상학>, 마르크 블로흐의 <역사를 위한 변명>, 김부식의 <삼국사기>, 좌구명의 <춘추좌전>, 주희의 <대학>과 <중용>, 다윈의 <종의 기원>, R.H. 토니의 <기독교와 자본주의의 발흥> 등이 들어 있다. 이정표에 해당하는 제150권은 함석헌 전집에 돌아갔다.
한길사는 전체 번역서 가운데 95%를 전공 연구자들이 직접 옮겼다고 밝혔다. 각 권에 두툼한 해설이 붙어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해당 분야를 전공한 번역 적임자를 찾는 일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제일 중요하고도 어려운 과제라고 한다. 니콜라스 루만의 <사회체계이론>, 한나 아렌트의 <…아이히만> 등은 번역 문제로 학계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편에선 레비스트로스의 4권짜리 <신화학> 번역을 맡아 15년 동안 세 권을 내고, 현재 마지막 권을 옮기고 있는 임봉길 교수(강원대) 같은 이도 있다.
현재 출간 대기목록에 올라 있는 책은 대략 30여권쯤 된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동·서양 고전을 꾸준히 내되 원효의 <대승기신론소>처럼 우리 것도 적극 소개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희철 기자
사진 한길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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