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영화, 만화, 드라마, 게임에 빠진 이를 위한 철학 에세이
한길석 , 유현상, 강경표 외 지음/알렙·1만4000원 강의 때마다 같은 시험문제를 내는 교수가 있었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미리 준비한 답을 적어내리라 맘 먹은 학생들이 술렁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칠판에 문제를 적는 교수가 ‘ㅊ’이 아닌 ‘ㄷ’으로 시작한 것이다. 그 해 시험문제는 ‘도대체 철학이란 무엇인가?’였다. 철학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쁘게 사는 사람도 다 철학을 한다. 이탈리아의 지성 안토니오 그람시는 <옥중수고>에서 “모두가 철학자이며 지성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철학이란 두 글자 앞에서 주눅이 든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소속 소장파 철학자 여덟 명이 펴낸 은 철학이 별게 아니라고 속삭이며 영화와 만화, 드라마, 게임을 거쳐 철학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이런 식이다. <디아블로>라는 컴퓨터 게임에서 요한 하위징아의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를 불러내고, “렛잇고~” 열풍을 불러왔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서 철학자 한병철의 <피로사회>를 읽는다. 영화 <설국열차>를 통해 자본주의의 민낯을 드러내고 다시 혁명을 노래한다. 이 책의 최대 미덕은 저자들의 인기강좌를 정리한 책이라 술술 읽힌다는 점이다. 이 책을 통해 더 끌리는 철학이 있는데 성에 차지 않는다면 바로 원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어쩌면 ‘방패’를 얻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왜 일하지 않느냐고, 공부하지 않느냐고 혼낸다면 이렇게 답을 하라. “혹시 이마누엘 칸트라고 알아? 음… 그 양반이 ‘놀이는 상상력의 바탕’이라고 했대. 나 지금 상상력 충전중이거든?”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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