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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유럽의 세계 제패 원동력, 화약 기술과 토너먼트

등록 2016-11-03 20:22수정 2016-11-03 20:32

잠깐 독서
정복의 조건
-유럽은 어떻게 세계 패권을 손에 넣었는가
필립 T. 호프먼 지음, 이재만 옴김, 김영세 감수/책과함께·1만8000원

1453년 오스만 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했을 때만 해도 유럽은 경제적·군사적으로 열세였다. 그러나 이후 달라졌다. 16세기 초 포르투갈은 화약기술과 무장선을 동원한 체계적인 폭력으로 남아시아를 갈취했다. 18세기에 유럽인은 오스만 제국을 강대국 반열에서 밀어냈고, 1800년 무렵에는 유럽이 세계 지표면의 35% 이상을 장악하게 되었다. 19세기 유럽인은 거의 모든 대륙에서 요새와 식민지를 건설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정복의 조건>은 유럽의 세계 제패 원인을 분석한 경제학적 역사서다. 기업경제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지은이 필립 호프먼은 이 시기 유럽 발흥의 원인을 화약기술과 토너먼트 모델에서 찾는다. 중세 후기(1300~1500년)부터 19세기까지 부단한 싸움으로 군사경쟁을 벌이며 혁신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토너먼트가 운동경기라면, 당시는 전쟁이었던 셈. 두 통치자가 자원을 동원할 때 드는 가변비용이 비슷하고, 받을 수 있는 상(prize)의 가치가 재정제도나 군사 기구를 수립하는 데 드는 고정비용보다 크면 전쟁이 벌어졌다. 전쟁은 또 다시 군사 연구·개발로 이어졌다. 반면, 중국의 경우 유목민들과 싸움에서 화약보다는 활쏘기나 말타기가 중요했고 일본도 화약기술이 있긴 했지만 대륙을 상대하기엔 벅찼다. 유럽처럼 토너먼트로 싸움을 지속하거나 화약 기술 변화를 하기 힘들었던 이유다.

유럽의 발흥을 분석하는 데 토너먼트라는 특수한 모델을 갖고 온 건 이 책의 가장 특이한 점이다. 기업경제학 전공자다운 상상력이거니와, 무려 30쪽에 이르는 부록에 실린 수학적 모델도 어렵지만 신선하다. 15세기부터 600년간 유럽의 역사를 ‘패권 투쟁’으로 바라보며 정치·경제·사회학적 분석을 시도하는 <유럽1·2>(브랜든 심스), 어떻게 유럽이 아시아보다 우위에 설 수 있었는지 비교경제학적으로 설명한 양동휴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유럽의 발흥>과 함께 연결지어 읽으면 좋겠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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