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키마 카길 지음, 강경이 옮김/루아크·1만5000원 ‘얼마나 더 멋지게 요리하고, 얼마나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가’를 마치 경쟁하듯 틀어주는 ‘쿡방’과 ‘먹방’의 홍수. 요리 프로그램에 넋 놓고 덩달아 야식을 즐기던 당신은 금세 과식했다는 은밀한 죄책감에 휩싸여 스마트폰으로 다이어트 방법을 검색한다. ‘요즘 유행한다는 지방 다이어트나 한 번 해볼까.’ 과식은 본래 먹을 것이 있을 때 더 많이 먹어 영양분을 축적하려는, 살아남기 위한 ‘진화적 적응’의 한 형태였다. 하지만 현대의 과식은 그런 진화적 적응과 거리가 멀다. 당신은 왜 그렇게 자주, 그리고 영양가도 없고 살만 찌는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가. <과식의 심리학>을 쓴 임상심리학자 키마 카길은 과식의 원인을 ‘소비문화의 급속한 팽창’에서 찾는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상품이나 자원의 소비가 늘어날수록 비만과 과식 역시 증가해왔다. 때문에 과식은 단순히 개인의 식습관이나 절제력 문제가 아닌, 소비문화가 만들어낸 일종의 증후군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증후군의 확대 재생산에는 소비자의 욕망을 교묘히 부추기는 식품산업과 제약산업의 거대한 결탁이 자리한다. 식품산업은 ‘무설탕’, ‘무지방’ 등 아무리 먹어도 칼로리가 늘지 않을 것 같은 환상을 심어주는 광고들, ‘자연식’, ‘순수’ 등 건강에 해로운 인공재료 따윈 없을 것 같은 안도감을 심어주는 상품 라벨로 소비자를 현혹한다. 제약산업은 과체중·비만·과식을 한 방에 해결해준다는 다이어트 약품의 효능을 과장해 소비자들을 속인다. 과식을 줄이기 위해 다이어트 식품을 과식하는 아이러니의 시대. 하지만 저자는 더 많은 소비로는 절대 과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오직 소비를 줄이는 ‘소비 욕망 다이어트’만이 해법이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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