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인간
무라타 사야카 지음, 김석희 옮김/살림·1만2000원
지난 7월 발표된 제155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편의점 인간>은 여러모로 화제를 모았다. 18년째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독신 여주인공을 등장시킨 이 소설의 작가가 그 자신 18년째 편의점 ‘알바’를 하는 여성 무라타 사야카라는 점이 우선 화제였다. 물론 무라타는 소설 주인공과 달리 군조신인문학상과 노마문예신인상을 받은 기성 작가였다. 시상식 당일도 편의점에서 일을 하다 왔다는 무라타는 수상 뒤 역시 편의점에서 사인회를 열기도 했다.
“나는 서른여섯 살이 되었고, 가게와 점원으로서의 나는 열여덟 살이 되었다.”
소설 주인공 후루쿠라 게이코는 대학 1학년 때 편의점 알바를 시작해 18년째 같은 편의점에서 일을 한다. 일주일에 다섯 번, 아침에 출근해 저녁 퇴근 때까지 편의점에서 일과를 보내는 그에게는 편의점이 세계 그 자체와 같다. 편의점 빵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점심도 편의점 주먹밥과 패스트푸드로 때우며 저녁에도 가게 음식을 싸와서 먹는 일이 잦다. 역시 자신이 일하는 편의점에서 산 페트병 생수로 하루 종일 수분을 보충한다. “내 몸 대부분이 이 편의점 식료품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나 자신이 잡화 선반이나 커피머신과 마찬가지로 이 가게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편의점은 그에게 음식과 수분만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니다. 어려서부터 남들과 어울리고 바깥 사회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그에게 편의점은 든든한 뒷배 구실을 한다. 편의점 알바 말고 다른 일이라고는 해 본 적도 없고 할 엄두도 못낸 그는 ‘편의점 점원’이라는 정체성을 우산 삼아 바깥 사회의 풍파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편의점에서 그는 정상적일 뿐더러 매우 우수한 점원으로 인정받지만, 삼십대 중반 나이에 결혼도 연애도 하지 않고 편의점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는 그를 남들은 곱게 보지 않는다. “취직이든 결혼이든 어느 쪽이든 하는 게 좋아요”라는, 소설 속 한 인물의 ‘조언’은 그를 대하는 세상의 시선을 대변한다.
이른바 ‘정상성’을 은연중에 강요하는 세상의 편견에 맞서 싸우는 후루쿠라 앞에 그와 마찬가지로 아니 그 이상으로 사회 부적응자인 남자 시라하가 나타난다. “평생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다며 노골적으로 후루쿠라를 착취하려는 그와 동거를 하면서 후루쿠라는 결국 편의점 알바를 그만둘 위기에 몰리는데…. “나는 인간인 것 이상으로 편의점 점원”이라 말하는 후루쿠라는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까.
최재봉 기자, 사진 살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