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는 지금
딕 체니 미국 부통령 수석보좌관 루이스 리비 기소 사건은 공작정치와 측근정치, 그리고 권력의 타락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보여주는 한 전형이다.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경구를 다시 떠올리게 한 ‘리크(정보 불법누설) 게이트’의 요점을 되짚어 보자.
리비는 1991년 걸프전쟁 당시의 아버지 부시 정권 때 국방장관이던 체니 밑에 있었다. 국방부 부장관을 지낸 뒤 지금 세계은행 총재로 가 있는 폴 월포위츠 당시 국방부 차관보가 후원자였다. 그들은 아들 부시가 2000년 대통령이 된 뒤 몽땅 요직에 복귀했다. 꿈에 그리던 사담 후세인 완전 축출과 중동질서 재편이라는 야심을 이루기 위해 그들은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과 합세해 이라크 침공 시나리오를 짰다. 공작은 두 갈래로 진행됐다. 하나는 9·11테러 주범 모하마드 아타가 테러 전인 2001년 4월에 체코 프라하에서 이라크 정보 당국자를 몰래 만났다는 설, 그리고 또 하나는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를 만들려고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500t의 정제 우라늄을 구입하려 했다는 설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일이었다. 그것만 되면 침공의 모양새를 그럴싸하게 꾸밀 수 있다.
그런데, 아타가 이라크 정보 당국자를 만났다는 주장은 아타가 그때 미국내에 있었다는 알리바이로 무너져, 9·11테러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알카에다와 후세인 정권을 한통속으로 엮기가 어려워졌다. 남은 니제르 우라늄 구입설을 입증하기 위해 체니의 지시를 받은 중앙정보국(CIA)은 2002년 현지조사를 위해 아프리카 사정에 밝은 관리를 물색했고 내부 요원인 발레리 플레임으로부터 그의 남편인 조지프 윌슨 전 이라크 대리대사를 추천받아 그를 보냈다. 한 1주일 현지사정을 살피고 돌아온 윌슨은 우라늄 구입설도 맹랑한 헛소리라는 보고서를 냈다. 그런데도 어찌된 영문인지 2003년 1월 국정연설 때 부시 대통령은 우라늄 구입설을 또 꺼냈고 석달 뒤인 3월20일 대량살상무기 개발·보유 의혹을 근거로 이라크 침공이 시작됐다.
5월에 주요전투를 끝낸 부시 정권은 대량살상무기 보유 증거를 찾아 이라크 전역을 뒤졌으나 허사였다. 그 난처한 상황에서 윌슨이 7월 칼럼으로 대량살상무기 의혹이란 게 애초에 사실무근이라 폭로했고 발끈한 체니 일파가 윌슨 죽이기에 나섰다. 리비가 기자들을 불러내 윌슨 아내의 CIA 요원 신분을 불법적으로 흘리며 민주당 성향인 윌슨의 정치적 야심이 끼어든양 호도했다. 그런 자리에 간 기자들이 바로 칼럼으로 그 얘기를 퍼뜨린 로버트 노박, 정보원 밝히기를 거부해 85일간 감방살이를 감수함으로써 한때 자유언론의 영웅이 됐다가 진실이 드러나면서 하루아침에 권력의 앞잡이로 전락한 주디스 밀러 등이었다.
공작은 부메랑이 되어 고스란히 모략가 자신들을 치는 칼날로 되돌아왔다. 이제 절대권력자들이 어떻게 어물쩍 넘어가려 하는지, 특별검사가 칼을 제대로 휘두를지 지켜볼 일이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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