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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에코의 기획으로 보는 ‘중세의 황금기’

등록 2016-11-17 19:15수정 2016-11-17 19:58

잠깐 독서
중세 Ⅲ: 1200~1400 -성, 상인, 시인의 시대
움베르토 에코 기획, 김정하 옮김, 차용구·박승찬 감수/시공사·8만원

움베르토 에코가 기획하고 이탈리아와 세계 수백명의 학자들이 참여한 ‘중세 콜렉션’ 3권이 나왔다. 시리즈의 국내 팬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바, 1200년부터 1400년까지 ‘중세의 황금기’를 무려 1100쪽에 걸쳐 다룬다. 1·2권보다 100쪽이 더 많은데, 그만큼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1204년, 제4차 십자군은 콘스탄티노플을 재점령·약탈하며 13세기의 문을 연다. 프랑스와 잉글랜드의 백년 전쟁은 도시와 농촌의 봉기를 낳았지만 그 뒤 확고한 두 국민 군주국이 탄생했다. 13세기 초반 교역으로 금이 유입되었고 화폐와 상업이 발달해 부르주아 계층이 생겨났다. 도시 공동체의 모든 시민은 시민권을 인정받았으나 여성만은 예외였다. 시민권과 교회법이 여성을 권력에서 배제시키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 영성가, 예언가가 탄생했고 공적 활동을 하는 여성은 점차 늘어났다.

세속 정신과 함께 자본주의, 근대 과학, 기술이 태동한 건 필연이었다. 금융, 근대적 회계, 대상인, 군주, 작가, 대학 도시가 줄줄이 탄생했다. 대학들은 논리학과 자연철학 지식을 체계화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13세기 철학의 중심엔 토마스 아퀴나스(1221~1274, 국내에선 1225?~1274년으로 추정)가 있었다. 그는 그리스도교 사상을 기초에 두면서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체계적 논증을 받아들여 고대 철학의 방법론을 계승했다. 중세 후반, 아리스토텔레스의 재발견은 위대한 지적 혁명 중 하나였다고 이 책은 거듭 밝힌다. <신학대전>(아퀴나스) <신곡>(단테) <데카메론>(보카치오)이 이 시기에 탄생한다.

기술에서는 혁신, 발견, 발명이 잇따랐다. 기계 시계, 안경이 발명되고 나침반과 화약 무기 사용으로 항해와 전쟁의 규모가 커졌다. 1350년께 종이가 양피지를 대체했다. 소설, 서정시, 백과사전, 우화시, 단편소설 등의 형식이 성립됐고 시인들은 후원자를 칭송하거나 공권력에 봉사했다. 정적에게 독설을 퍼붓는 것도 그들의 일이었다. 특히 책 뒷부분 음악, 미술, 문학, 건축의 빛나는 성과를 보노라면 ‘중세는 암흑기’라는 편견이 산산이 부서진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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