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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보수와 진보, 그 ‘원류’에 관한 탐사기

등록 2016-11-17 19:16수정 2016-11-17 19:38

에드먼드 버크와 토머스 페인의 위대한 논쟁
유벌 레빈 지음, 조미현 옮김/에코리브르·1만8500원

2014년에 나오자 마자 화제가 된 <에드먼드 버크와 토머스 페인의 위대한 논쟁>은 두 ‘주연’의 이름만으로도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두 사람의 ‘논쟁’이라니, 흥미 배가의 요소까지 갖췄다.

에드먼드 버크
에드먼드 버크
1729년생인 버크와 1737년생인 페인은 상당한 나이차에도 서로의 존재를 알았고, 1788년 8월18일 저녁 식사 자리를 비롯해 몇 차례 만나고 또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으며, 프랑스 대혁명을 놓고 ‘이제껏 영어로 된 가장 중요한 이념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책 전체의 내용은 두 사람이 남긴 저작과 편지글, 연설문 등을 바탕으로 지은이가 가정과 추론을 버무려 재구성한 일종의 ‘가상 논쟁’에 가깝다.

버크와 페인은 저명한 변호사와 빈한한 코르셋 제조업자라는 아버지들의 직업만큼이나 출발선이 판이했고, 평생 ‘출신성분’의 자장을 벗어나지 않았는데, 생각의 영역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정치 일상의 온갖 개념과 용어, 논지 따위가 격렬하게 분출한 1770~1800년 ‘혁명의 시대’를 전후해 두 사람은 정확히 대척점에 서 있었다. 혁명가를 자처한 페인이 프랑스에서의 사태 전개를 보며 더욱 열정적인 옹호자로 입신하는 사이, 버크는 “영국 정치의 타성에 저항”하고 미국 독립을 일관되게 지지하던 기존 입장을 바꿔 ‘전통의 변호인’으로 변신한다.

토머스 페인
토머스 페인
버크는 세상의 자연적 질서를 수호하려 한 반면 페인은 인간의 이성에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점진적 개혁을 선호한 버크와 달리 페인은 급진적 평등주의에 몸을 맡겼다. 프랑스 대혁명의 불길이 영국까지 번질까봐 그 주도자들을 “손가락이 동상에 걸렸다고 자기 집에 불을 지르는 사람”이라고 비판한 버크를 향해 페인은 “군주제와 귀족 제도라는 익살극이 모든 나라에서 기사도의 전철을 밟고 있는데, 버크씨는 장례식에 갈 옷을 입고 있다”고 비아냥거렸다. 책은 이런 식으로 두 사람의 견해차를 드러내고 비교하고 설명하고 요약해 보여준다.

동시에 지은이는 후대에 생겨난 터무니 없는 오해도 짚고 있는데, 페인은 미풍이든 선풍이든 사회주의의 바람을 쐰 적이 없고, 버크 역시 고래의 것은 무작정 지키자고 선동하는 철없는 전통주의자가 아니었다고 강조한다. 요컨대 이 책은 보수주의(우)와 진보주의(좌)를 대표하는 버크와 페인의 지적 유산, 근대적 자유주의라는 큰 강의 두 발원지에 대한 정밀한 탐사기인 셈이다. 물론 그 목적은 “그(들)로부터 그들의 시대와 우리 시대의 정치 모두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것이다.

지은이는 ‘아들 부시’의 백악관에서 일한 자칭 보수주의자이지만, 책에선 ‘심판’의 미덕을 충실히 따랐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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