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지음/예담·1만4800원
“냉정하게 말해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생각하는 대한민국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통일대박론이니 뭐니 하지만 실제로 통일이 되면 엄청난 혼란이 올 겁니다. 저도 물론 북한 정권을 지지하지 않지만, 북한의 붕괴가 초래할 충격은 또 다른 문제예요.”
작가 장강명(41)이 북한 정권 붕괴를 가상한 소설 <우리의 소원은 전쟁>을 내놓았다. ‘김씨 왕조’가 무너진 뒤 북에는 유엔평화유지군이 주둔하고 통일과도정부가 들어섰으며 휴전선은 ‘분계선’으로 이름을 바꾸어 그대로 유지되는 가운데 북한 주민의 남한행은 여전히 막혀 있는 근미래가 소설의 배경이다.
“북한 붕괴와 관련해서는 워낙 절망적인 시나리오가 많습니다. 강경파의 무력 도발, 전쟁과 대량 남하 같은 것이죠. 그렇게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핵무기와 생화학무기가 일부 그룹의 손에 들어가는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죠. 이 소설에서 저는 그 가운데 가장 밝고 이상적인 시나리오를 고른 것입니다.”
북한 붕괴를 가상한 소설 <우리의 소원은 전쟁>을 낸 작가 장강명. “북한 소재로 앞으로도 책을 더 많이 쓸 생각이다. 남한 내 탈북자와 재중 탈북자 얘기 같은 걸 소설로도 쓰고 논픽션으로도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14일 오후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장강명은 “북한 붕괴는 10년 안의 일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김정은 체제가 의외로 안정적이라는 견해들도 있더라”고 말했다. “어쨌든 우리는 북한 급변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생각하고 사는데, 사실은 우리 머리 위에 머리카락 하나로 지탱하는 칼이 매달려 있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라는 말로 북한 붕괴에 따른 위기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조선인민군 특수부대 출신들이 만든 ‘조선해방군’이 개마고원 일대의 마약공장을 장악하고 사업을 하면서 그 마약을 남한 지역으로 내려보내려 작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평화유지군과 충돌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조선해방군 소속으로 개성 근처 장풍에서 사업가로 위장한 채 마약 운송을 꾀하는 최태룡 일당, 역시 인민군 특수부대 출신으로 자신과 같은 부대 출신들을 찾아 장풍까지 흘러들어온 장리철, 북한 붕괴 뒤 다시 징집돼 유엔평화유지군 소속 통역장교로 장풍에 배치된 남한 청년 강민준, 여기에다가 한국과 말레이시아 혼혈인 평화유지군 장교 미셸 롱, 북 정권 붕괴 뒤 실업자가 된 역사 교사의 딸 은명화 같은 여성 인물들이 등장한다. 특수부대 출신들이 여럿 나오는 데다 마약을 비롯한 어둠의 세계를 다루는 만큼 긴장감 넘치는 도주와 추격, 실감나는 싸움 장면 묘사가 압권이다. 피가 난무하고 끔찍한 살인이 예사로 벌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작심하고 ‘대중소설’을 쓴 듯한데, 주인공 장리철의 캐릭터와 격투 장면 등은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작가는 밝혔다.
“남한과 북한이 합쳐지면 내수 시장이 커지고 북한의 싼 임금 덕분에 남한 기업들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얘기. 그건 남한 자본이 북한 사람들을 노동자로, 소비자로도 이용해먹겠다는 얘기죠. (…) 그리고 북한에 이런저런 인프라 투자를 하면 몇십 년 뒤에 막대한 경제 효과를 낼 거라는 이야기도 눈 가리고 아웅으로 들려요. (…) 누가 거둬 갈지도 모르는 몇십 년 뒤의 이익은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에게 의미가 없는 거예요.”
소설 중반부에서 미셸 롱은 강민준과 대화를 하던 중에 이렇게 말한다. “한국 사람들은 왜 이렇게 꼭 통일을 해야 한다고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어요”라고도 그는 말하면서, 화교가 많은 싱가포르를 연방에서 독립시킨 말레이시아 사례를 든다. 말레이시아 국적 평화유지군을 설정한 까닭을 짐작할 수 있음이다. 작가의 생각이 롱의 견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 북한 문제는 국내 정치용으로, 상대를 욕하기 위해서만 쓰이는 것 같아요. 친북 아니면 수구냉전인 거죠. 진보 진영은 북한 인권 문제를 애써 피하고, 보수 진영은 그걸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북한 정권이 갑자기 붕괴하면 남북 모두 저소득층과 취약층이 심대한 타격을 받게 될 거예요. 이번 소설은 ‘아무리 상황이 좋아도 이 정도다’ 하는 걸 보여주고자 쓴 겁니다. 도덕적 책임감과 객관적 현실인식으로 사태에 대비해야 해요.”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