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과 편집위원 총사퇴(<한겨레> 2016년 3월18일치 26면)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실천문학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시인 김용택·김정환·안도현·황규관·김근 등과 소설가 최인석·임철우·이인휘·권여선·손아람, 문학평론가 윤지관·고영직·서영인·장성규 등 문인 90명은 21일 ‘실천문학의 자랑스런 역사에 마침표를 찍으며’라는 성명을 내어 “실천문학은 한국 문학의 공적 자산이 아니라 개인의 독점적 소유권이 관철되는 사기업이 되었다”며 “오늘 이 순간부터 계간지를 포함하여 실천문학에 어떤 집필도 하지 않을 것이며, 실천문학에서 저서를 출판한 저자들은 법적인 유효기간이 끝나는 대로 출판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천문학의 공공적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모임) 이름으로 성명을 발표한 문인들은 “일부 대주주들에 의한 일방적 의사 결정이 이루어진 3월11일 주주총회가 파국의 도화선이었다”며 “더구나 그 주총을 통해 대표로 취임했던 이○○ 대표가 9월29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대표직을 사퇴한 뒤 최대 주주인 윤○○ 이사가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상 실천문학은 한국 문학에 기여하는 공공성과 관계가 없는, 사실상의 개인적 소유물이 되고 말았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1980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한국작가회의의 전신)의 기관지로 부정기간행물 <실천문학>을 발간하며 출범한 실천문학은 1995년 9월 문인과 시민 116명이 주주로 참여하는 주식회사 체제로 재출범했다. 주식회사 출범 당시에는 공적 성격을 살리고자 개인의 주식 소유에 제한을 두어 주주 한 사람이 총 주식의 0.33%에서 5%까지만 소유하도록 했다. 그러나 현 윤한룡 대표는 총 4만주 가운데 1만4천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9월 임시주총 의결에 따라 50% 증자가 이루어질 경우 윤 대표의 독점적 지배권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모임 쪽은 주장했다.
모임의 성명이 나온 뒤 페이스북 등에서는 시인 박몽구·박선욱·손세실리아·류외향, 소설가 서성란·정혜주·김하율, 평론가 정홍수·김형중·이경재 등 문인들의 동참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윤한룡 실천문학 대표이사는 23일 이번 사태와 관련한 <한겨레>의 서면질의에 “3월 주총에서 거의 6억원에 이르는 빚을 넘겨받았고 지금은 재정을 투입해서 수년간 밀린 인세를 정리하고 있다”며 “실천문학이 한국 문인 모두의 공공재라는 것을 잊지 않고 있으며, 진보 진영과 한국작가회의 사업에 관심을 갖고 도울 일이 있으면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표는 문인들의 집필 거부 선언과 관련해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필자의 경우 집필을 의뢰할 것이고 (출판) 재계약을 부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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