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바티스타 비코
‘비코 : 중국·일본·한국’ 학술회 10일부터 사흘간
이탈리아서 조한욱 교수 한국대표 참석
잠바티스타 비코(사진·1668~1744)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폴리 출생의 철학자 비코는 ‘사유’가 아니라 ‘행위’에 진리의 기준을 두고, 서양 역사학의 기틀을 세웠다. 학자들은 비코가 헤겔·마르크스·니체·딜타이·푸코 등에게 두루 영향을 주면서, 오늘날의 포스트모더니즘 역사학과 신문화사에도 영감을 줬다고 평가한다.
그 비코를 되돌아보는 국제학술대회가 오는 10일부터 사흘간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린다. 비코와 인문학의 다양한 분야를 접목시키기 위해 1968년 이래 계속된 자리다. 특별히 올해 행사를 주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그 주제가 ‘잠바티스타 비코; 중국, 일본, 한국’이다.
이 낯선 서양사학자가 동아시아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매년 주제를 바꿔 학술대회를 할 정도로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지, 그저 낯설 따름이지만, 조한욱 한국 교원대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조 교수는 이 자리에 ‘한국 학계를 대표해’ 참가한다. 올 3월 이탈리아 국립연구위원회 산하 비코 연구센터의 초청을 받았다. 몇 군데 비코 관련 논문을 발표한 것이 인연이 됐다. 초청을 받은 뒤 <교수신문>에 글을 실어, 학회에 함께 참가할 비코 관련 연구자 및 전문가를 수소문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그는 오는 9일 혼자서 나폴리를 향한다. 비코 연구를 진전시킨 중국과 일본에서는 상당수 권위자들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죠. 오히려 제 스스로가 비코 연구를 제대로 하는 계기로 삼을 생각입니다.” 학술대회에선 동서양의 관련성에 대해 비코가 제기한 시사점을 다루고, 동양철학을 통해 비코를 새롭게 조명하며, 비코를 동양언어로 번역하는 문제 등을 논의하는 분야별 토론회가 열린다.
조 교수는 “서양 지성계는 비코의 사상과 최신 첨단 이론 및 학설을 모두 연관시키고 있다”며 “중국·일본 등과 비교해도 한참 뒤떨어지는 비코 연구는 한국 인문학 수준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의 ‘비코 학술대회 참관기’는 <한겨레> 매주 금요일에 나오는 ‘18.0°’ 섹션에 11월 중순 실릴 예정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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