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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커피값으로 만나는 ‘신문지책’

등록 2016-11-24 19:35수정 2016-11-24 19:57

우리는 왜 구글에 돈을 벌어주기만 할까, 안현효 지음/위고웍스·4700원

왜 거울 없이 메이크업을 하는 거죠, 류성우 지음/〃

당신의 기부금은 잘 쓰이고 있습니까, 김종빈 지음/〃

The Equality Issue in World Development-Nobel Prize Lecture in Economic Science 1974, 군나르 뮈르달 지음/〃

책인듯 책 아닌 책이 나왔다. ㈜위고웍스가 내놓은 ‘부클릿’(소책자) 시리즈다. 차 한잔의 가격과 그 차를 마시는 짧은 시간을 투자해 필요한 내용을 읽을 수 있게 하겠다는 뜻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다. 권당 책 가격은 4700원. 원가 10원까지 계산해 차 한잔 값에 얼추 맞췄다. 크기는 127*188㎜(46판), 종이는 신문지를 사용했고 분량은 70~100여쪽 남짓으로 무척 얇다. 주머니나 작은 핸드백에 넣을 수 있을 만큼 작고 가볍다. 책 제호조차 따로 인쇄한 스티커로 붙여 장식적 요소를 거의 배제했다. 책에는 지은이도 ‘콘텐츠’ 제공자로 표시했다. 집필 노동에 드는 시간과 노동을 절약하려고 편집자가 전문가를 인터뷰하거나 원저자의 텍스트를 매만져 책으로 만든 까닭이다. 이 또한 대필 작가의 ‘그림자 노동’을 드러내지 않고 콘텐츠 제공자를 ‘지은이’로 표기하는 기존 출판 관행에서 벗어났다. 위고웍스 권현준 편집장은 “7년 동안 출판 편집자로 일하면서 표지 디자인, 제목 뽑기, 인기 있는 필자 섭외에 힘을 기울이는 반면 정작 중요한 책 내용(텍스트) 작업은 외주로 진행하는 데 한계를 느껴, 독립하면서 지속가능한 출판을 모색했다”고 말했다.

시리즈 1권인 <우리는 왜 구글에 돈을 벌어주기만 할까>는 옛날 경제학(고전경제학) 이론부터 기본소득까지 경제학적 문제를 친절하게 다룬다. 복지, 지대, 지식 기반 경제, 인지 자본주의, 인공지능 등을 고루 담았지만 이해가 쉽다. 복지 자본주의가 양극화 등 경제적 난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본소득은 생각보다 괜찮은 대안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검색으로 막대한 수익을 얻는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같은 지식정보 기업들의 경우, 사람들이 데이터를 입력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가치가 생산된다. 그러니 ‘노는’ 것은 곧 ‘일’(노동)이 될 수 있다. 기본소득은 ‘노는데 주는 돈’이 아니라 ‘노는 것이 일’이 되었기에 당연히 받아야 할 노동의 대가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논의는 한국의 네이버, 다음에도 적용할 수 있는 흥미로운 아이디어다. 경제학자 안현효 대구대 교수(일반사회교육학과)는 이 책 에필로그에서 “기존의 경제학 방법론에서는 논란의 여지가 될 부분이 많다”면서도 “이렇게 하면 경제학자들과 사람들 사이에 토론과 반박, 검증을 위한 시도가 더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밖에도 이 시리즈 2권 <왜 거울 없이 메이크업을 하는 거죠: 메이크업 팁이 없는 메이크업 가이드>는 전 샤넬 제너럴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지낸 류성우씨가, 3권 <당신의 기부금은 잘 쓰이고 있습니까: 소액 기부자를 위한 가이드북>은 기업사회공헌과 모금 전문가 김종빈씨가 전문가의 경험을 살린 콘텐츠로 독자들을 만난다. 4권 (세계개발에서의 평등 문제)는 스웨덴 복지제도의 기초를 닦은 경제학자이자 74년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와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수상한 군나르 뮈르달(1898~1987)의 노벨상 수상 기념 강연록 원문을 영어로 실었다. 책 말미에 국문 요약이 실려 있다. 노벨 재단의 허가를 얻어서 한국에서만 영어판권을 얻었다.

글·사진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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