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학자 김영선·엄기호 새책
“싹 다 망해라” 희망 없는 리셋
‘정상 인간’ 규정하는 권력 분석
“싹 다 망해라” 희망 없는 리셋
‘정상 인간’ 규정하는 권력 분석
노동자들이 기계를 부수며 저항한 러다이트 운동은 1811년 가을 영국 노팅엄셔, 1812년 초 요크셔에서 잇따라 발생했다. 군대와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 오월의봄 제공
엄기호 지음/창비·1만3800원 정상인간 -시대의 인간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김영선 지음/오월의봄·1만6000원
‘이것이 나라인가’ ‘이게 사는 건가’. 세월호 이후 터져나온 질문은 무거웠다. ‘○○사회’ 분석서를 출간했던 ‘파워라이터’들이 먼저 답변을 내놓기 시작한 듯하다. <단속사회>(2014) 이후 2년 만에 문화학자 엄기호는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를, <과로 사회>(2013)의 지은이 사회학자 김영선은 <정상인간>을 들고 돌아왔다. 정의? 필요 없고 그냥 ‘리셋’ “싸그리 망해버려라”. 젊은이들 말로 하자면 “리셋”이다. <…리셋…>을 쓰려고 연구하면서 지은이 엄기호는 남녀노소, 전국 어디서나 이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한다. 특권층은 “해쳐먹고”, 대중은 “더 비참해지고 파괴될 거”라고들 했다. 이들은 재건이나 변혁이 아니라 ‘리셋’을 요구하더라는 것이다. “광장의 조증과 일상의 울증”을 번갈아 겪으며 왜 사람들이 역사에 절망하고, ‘리셋’을 갈망하게 되었는지 책은 추적한다. “민주주의가 이 정도 되면 후퇴는 불가능하다고 믿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사실 민주주의는 후퇴했다.” 사람들은 기득권을 증오하면서 동시에 약자를 공격한다. 이들은 진보적이면서도 반동적이다. ‘나’의 실패는 남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혐오하고 원한을 가진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를 향한 적극적 조치들이 차별을 시정하기 위한 정의로운 조치가 아니라 불공정한 특혜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바라는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가 아닌 ‘공정한 사회’다.” 적어도 나라가 최소한의 안전만큼은 지켜주리라는 기대도 못한다. ‘국가’는 재난의 바깥에서만 지나치게 잘 굴러갔다. 세월호 사태를 봐도 그렇다. 진도 바깥에서 국가는 유언비어 통제, 추모행진 중 민주노총 간부 구속,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단속, 추모현수막 강제철거까지 삽시간에 해치웠다. 말은 지켜지지 않았고, 글도 마찬가지였다. 지배계급은 “말과 글의 힘을 박살”냈다. “말 같지도 않은 말”이 공론장을 파괴했고 “말이 똥값” “방귀만도 못한 것”이 되었다. “정치혐오의 정치”가 작동하면서 말과 글로 세상에 개입하려는 지식인도 ‘씹선비’ ‘설명충’ ‘입진보’로 전락했다. 사람들이 무기력, 불신, 혐오, 증오, 원한을 한방에 뒤집으려 생각하는 것이 ‘복수’다. ‘리셋’이다. 지은이는 “혁명과 달리 리셋은 불신의 산물”이라 말한다. 희망을 포기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에 지은이는 “고도의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노력”을 통해 존엄, 안전을 요구하고 “활동과 의견의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상은 누가 왜 어떻게 만드는가 <정상 인간>을 지은 김영선은 사회학자로, 시간의 정치와 문화에 대해 줄곧 연구를 해왔다. <과로사회>는 장시간 노동하면서 자유가 없는 ‘돼지우리’에서 사는 ‘우리’의 문제를 다루었다. 장시간노동은 탈정치화, 보수화, 소비중독, 반환경적 삶을 부른다.
<정상 인간>으로 다시 한번 시간과 관리의 문제를 파헤친 사회학자 김영선.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의 지은이 엄기호.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