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이대환 지음/아시아·3만2000원 1927년 부산에서 태어나 여섯살 되던 해 일본으로 건너간다. 와세다대학 공대 입학이라는 꿈을 이룬 1945년 해방을 맞은 고국으로 돌아온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은 1948년 육군 소위로 임관한다. 1961년 5·16쿠데타가 일어나고, 최고권력자 박정희의 첫 비서실장이 된다. 1963년 기업인 길로 들어선 그는 1968년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포스코) 초대 사장으로 취임한다. 2011년 타계한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인생 전반부다. 5주기를 맞아 소설가 이대환씨가 2004년 첫 출간한 <박태준 평전>을 보완해 다시 펴냈다. 2004년부터 타계하기까지 7년간의 발자취가 추가됐다. 2011년 9월, 박태준은 퇴직 사원들 앞에서 마지막 연설을 했다. “가장 먼저 기억할 것은 회사의 종잣돈이 조상들의 피의 대가였다는 사실입니다. 대일청구권자금, 그 식민지 배상금 일부로 포항 1기 건설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 저의 인생에서 여러분과 함께 (제철보국) 그 큰 뜻에 도전했던 세월이 가장 보람차고 가장 아름다운 날들이었습니다.” 빼앗기고 부서진 국가, 절대빈곤 국가에서 청년 시절을 보낸 박태준의 영혼에는 제대로 된 국가를 만들어야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 확고했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이러한 삶에 대한 평가는 독자들마다 다를 것이다. 박정희에 대한 박태준의 존경심은 남달랐지만 1998년 자민련 총재 시절 당시 불었던 ‘박정희 붐’에 대해선 이렇게 반문하기도 했다. “그분의 리더십은 절대 빈곤의 시대를 타파하기 위한 시기에 가장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지금의 시기에 그런 리더십이 그렇게 효율적으로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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