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지도자·사회운동가 이희호
정치인 김대중 평생의 ‘동역자’로
부부의 삶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
정치인 김대중 평생의 ‘동역자’로
부부의 삶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
1997년 12월18일 제15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뒤 승리가 확정되고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김대중과 이희호. 한겨레출판 제공
고명섭 지음/한겨레출판·3만2000원 “우스갯소리로 나는 늘 아내에게 버림받을까 봐 내 자신의 정치적 지조를 바꿀 수 없었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이것은 우스개가 아닌 나의 진심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내인 이희호에 대해 이렇게 쓴 바 있다. 1980년 서슬 퍼렇던 신군부가 그를 찾아와 온갖 회유와 협박을 했다. “협력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상황”에서, “한순간 흔들리던 마음은 아내를 생각하며 올곧게 바로잡혔다”고 한다. 두 사람이 즐겨 쓰던 표현대로 이들 부부의 관계가 ‘동역자’의 관계였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기에 이희호가 없는 김대중, 김대중이 없는 이희호는 생각하기 힘들다. 남편이 집안의 주인이라 생각하던 시절에, 이들은 동교동 집에 ‘김대중’과 ‘이희호’ 명패를 나란히 걸었다. <이희호 평전>은 2015년 4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한겨레>에 80차례 장기 연재된 글을 가다듬고 묶은 책이다. 지은이인 고명섭 한겨레 기자는 “이희호의 부드러움 속에는 부러지지 않는 철심이 들어 있었다. 그 철심이 남편의 민주주의 신념이 가혹한 탄압에 흔들리는 것을 막아주었다”고 썼다. 지은이는 이희호의 삶을 통해 김대중과 이희호를, 또 이들 부부를 통해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 갖은 고난을 치러야 했던 우리 민중의 현대사를 빼곡하게 다시 썼다. 1922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전과 서울대 사범대에서 공부했던 이희호는 주목받는 여성 지도자, 사회운동가였다. 한국전쟁 통에 여성문제연구회 창립에 주도적 구실을 했고, 그가 씨앗을 뿌린 차별철폐 운동은 먼 훗날인 1989년 가족법 개정이란 결실을 거두기도 했다. 미국 유학을 다녀온 뒤 대한와이더블유시에이(YWCA) 연합회 초대 총무로도 활약했다. 당시 김대중은 전 부인과 사별한 아픔을 딛고 민의원에 당선됐으나, 5·16 군사쿠데타 세력의 정치활동 금지 조처로 좌절을 겪고 있었다. 이 시기 김대중과 급격히 가까워진 이희호는 “이 사람을 도와야겠다”는 마음으로 그와 결혼하게 된다.
2008년 11월 이희호의 자서전 <동행-고난과 영광의 회전무대> 출판기념회에서 이희호에게 감사를 표하는 김대중. 한겨레출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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