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에서의 겨울>의 주인공은 저와 같은 혼혈 여성이지만 저와는 달리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인물입니다. 어떻게 보면 제가 경험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삶을 그린 셈이에요.”
속초를 배경으로 쓴 프랑스어 소설 <속초에서의 겨울>의 한-프랑스 혼혈 작가 엘리자 수아 뒤사팽이 한국을 찾았다. 21일 낮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사팽은 “서양에서는 아시아인으로 한국에서는 서양인으로, 어디에서나 특이한 존재로 취급되는 혼혈인으로서 정체성의 문제에 대한 답을 문학에서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엘리자 수아 뒤사팽은 1992년 한국인 어머니와 프랑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파리와 서울, 스위스 포렌트루이를 오가며 자랐다. ‘수아’라는 이름은 어려서부터 어머니가 부르던 한국식 이름이라고 한다. 올해 프랑스에서 출간된 그의 첫 소설 <속초에서의 겨울>은 겨울 속초의 한적한 펜션을 배경으로, 작가와 마찬가지로 한-불 혼혈인 젊은 여성과 중년 남성 프랑스 만화가 사이의 만남과 이별을 그렸다. “우아하고 간결한 뒤라스의 영향을 엿보게 한다”(소설가 에릭 에소노)는 평을 들었으며, 독일어와 프랑스어권 작가의 첫 작품을 대상으로 2년마다 시상하는 스위스의 문학상인 로베르트 발저상을 받았다.
“<속초에서의 겨울>의 두 주인공은 서로 언어가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언어 이외의 방법으로 가까워지고자 합니다. 그 방법이 여자는 요리이고 남자는 그림이죠. 여기에다가 속초가 북한과 인접한 지역이기 때문에 남과 북의 경계 지역으로서 지니는 상징성도 작품에 담고자 했습니다.”
뒤사팽은 “글쓰기 과정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문학의 장점”이라며 “다음 소설에서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 한국인들을 통해 역시 정체성 문제를 다룰 생각”이라고 밝혔다.
뒤사팽은 27일 저녁 7시 소설 무대인 속초 설악문화센터에서 북콘서트를 열고 다음날인 28일은 속초 지역 서점인 동아서점을 방문할 예정이다.
글·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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