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전형일 지음/알렙·1만7000원 알 수 없는 미래를 궁금해하는 호기심은 인간의 오래된 마음이다. 호모 아우구란스(Homo Augurans, 점치는 인간). 고대 그리스는 신탁을 들었고, 고대 이스라엘엔 예언자가 있었으며, 고대 중국은 거북의 복갑(배 껍데기)으로 국가 중대사를 점쳤다. 한국에서 점, 사주(팔자)로 통칭하는 원리체계의 실체는 명리학이다. 중국 전국시대에 등장한 명리학의 역사는 2000년이 넘는다. 심심풀이 심리 진단 소재로 흔히 쓰이는 혈액형은 크게 4종류, 사주는 51만8400종류. 명리학 연관 검색어에는 미신·무속·비과학 등이 있고 최근엔 명리학이 ‘인문과학이다, 아니다’ 논쟁도 일었는데, 어쨌든 이 학문은 수천년 동안 수십만개의 데이터를 활용한 ‘운명의 통계학’이라는 관점 아래 연구돼왔다. 기자 출신 지은이는 명리학을 전공한 철학박사다. <명리 인문학>은 개명(!), 관상, 명당, 산통, 오방낭(!!), 잠룡, 철부지 등 일상에서 잘 쓰이는 말로 명리학을 친근하게 소개한다. 계절(철)을 알지 못한다(不知)는 뜻의 ‘철부지’. 지금은 어리석은 이를 가리킨다. 농경사회에서 절기에 대한 지식은 목숨과 직결. 명리학에서 운명을 결정하는 요소로 삼는 생년월일의 기준이 24절기다. 책에 따르면, 사주를 해석할 때는 음양오행의 조화를 첫번째로 본다. 오방낭은 오행론을 표현한 오색 비단주머니. 색동옷에도 곧잘 쓰였다. 지은이는 박근혜의 오방낭이 색 위치부터 틀린 가짜라고 이른다. 사찰은 왜 새벽 3시쯤 깨는지, 2월29일 생일은 어떡하면 좋은지… 팔자도 팔자지만, 동양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여주는 책. 석진희 기자 nin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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