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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핏빛으로 물든 크리스마스 악몽, 아니 현실

등록 2016-12-22 18:38수정 2016-12-22 20:12

잠깐 독서
크리스마스 캐럴-반인간선언 두번째 이야기
주원규 지음/네오픽션·1만3000원

“씨발, 하필 오늘 같은 날… 크리스마스에 이게 뭐야.” 캐럴이 거리를 울리던 날, 임대 아파트 지하 물탱크에서 퉁퉁 불어터진 주검이 발견된다. 정신지체를 앓는 18살 주월우. 심한 폭행 흔적에도 경찰은 단순 사고사로 처리한다. 쌍둥이 형 주일우는 평소 월우를 괴롭히던 일진 무리를 찾아 의도적으로 소년원에 입소한다. 죽음의 이유를 밝히고 사회가 회피한 응징을 직접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교활한 일진 문자훈과 소년원 안에서 절대적 폭력을 휘두르는 교정교사 한희상, 문자훈이 보호자로 불러들인 냉혈한 고방천과 맞부닥치며 복수는 결코 순조롭게 흘러가지 않는다.

소설가 주원규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단 한 방울의 달달한 희망도 보여주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피비린내 나는 악몽을 밀고 간다. 소설 속 세계는 괴물들의 세상이다. 지배욕구의 충족에만 몰두하는 한희상, 약자를 괴롭히고 더 큰 폭력에 기생하는 일진 패거리만이 아니다. 타인의 고통에 철저히 눈감은 채 공으로 얻은 담배 한 개피에 열광하는 소년원생들, 일신의 편안함만 좇는 별정직 교정 교사들과 조용하기만 바라는 소년원장, 복수를 향한 살기에 눈먼 주일우도 괴물이다. 선량함의 가면을 쓴 채 욕망 앞에선 죄책감 따위 떨쳐버리는 진짜 악당도 등장한다.

<열외인종 잔혹사>로 14회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주원규는 하드보일드한 문체로 괴물들의 쟁투를 속도감 있게 묘사한다. 여러 명이 죽어 나가는 마지막 목욕탕 대결 묘사는 건조해서 더 끔찍하다. 청소년의 들끓는 내면이 너무 도식적으로 묘사된다는 인상을 주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읽고 난 뒤 먹먹함은 읽을 때의 긴장감보다 덜하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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