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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이상설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

등록 2016-12-29 19:07수정 2016-12-29 20:20

잠깐 독서
보재 이상설 평전
김삼웅 지음/채륜·1만8000원

일제강점기에 숨 쉬고 산 것만으로도 친일한 것 아니냐는 궤변이 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오른 자, 혹은 그 후손들의 주장이다. <보재 이상설 평전>의 지은이 김삼웅은 이렇게 일갈한다. “해방이 되고도 70여 년이 지난 오늘 시대가 하수상하여 정통이 땅에 묻히고 변통이 득세하는 무도(無道)의 세상이 되었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흙수저를 물고 나오고 친일파 후손들과 독재자 후손들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다.”

지은이는 무도한 세상을 바로잡고자 ‘독립운동의 선구자’인 이상설 선생에 주목하고 그의 평전을 지었을 것이다. 언론인 출신인 지은이는 신채호·김구·안중근부터 최근 노무현·김대중·김영삼까지 평전만 스무권 펴내면서 역사와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충실한 기록을 바탕으로 공과를 두루 짚는다.

평전은, 네덜란드 헤이그 특사의 한 명 정도로만 얄팍하게 알려진 이상설의 삶에 숨결을 불어넣는다. 25살의 나이에 마지막 과거에 급제해 평안한 삶을 영위할 수도 있었던 그는, 고종에게 을사늑약을 막지 못하면 차라리 자결하라는 상소를 올리고 관직에서 물러난 뒤 중국과 러시아를 떠도는 독립운동가의 신산한 삶을 택한다. 최초의 망명정부 ‘대한광복군정부’를 세우고 고종의 밀지를 받아 제2회 만국평화회의 특사로 파견됐던 업적 등이 덜 주목받은 이유는, 그의 주요 무대가 러시아였던 데다 “내 몸과 유품은 남김없이 불태우고 그 재도 바다에 버리고 제사도 지내지 말라”는 그의 유언 때문이다. 유학자 출신인데 제사도 지내지 말라고 한 대목이 아리다. 어린 나이에 이상설 선생을 임종한 선생의 아들은 힘겹게 살았고, 또 그의 세 아들은 한국전쟁 중에 행방이 묘연해졌다고 하니 제사를 지낼 직계손은 없는 셈이다.

그래서 우리가 기억해야 한다. 해가 바뀌면 선생이 “국토를 잃어버렸는데 어느 곳 어느 흙에 누를 끼치리오”라는 말씀을 남기고 가신 지 100년을 맞는다. 나라는 되찾았지만, 선생이 꿈꾸던 나라는 아직 찾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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