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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홋카이도 산간 마을 이발소와 사람들

등록 2016-12-29 19:38수정 2016-12-29 20:16

무코다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북로드·1만2800원

오쿠다 히데오(사진)는 <공중그네> <남쪽으로 튀어> 같은 소설로 한국에도 많은 독자를 확보한 일본 작가다. 괴팍하다 싶을 정도로 인상 깊은 인물들과 잊지 못할 사건들을 통해 유쾌발랄한 가운데 곱씹을 만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오쿠다 소설의 장점이다.

그의 신작 <무코다 이발소>는 일본 북쪽 홋카이도 산간 지방의 면 단위 고장 도마자와를 배경 삼은 연작소설이다. 여섯 단편으로 이루어졌는데, 대를 이어 이발소를 운영하는 중년 남자 무코다 야스히코가 여섯 연작에 모두 등장하면서 중심을 잡아준다. 표제작이기도 한 연작 첫편에서, 홋카이도 제일 도시 삿포로에서 직장에 다니는 스물세살짜리 아들 가즈마사가 고향으로 돌아와 가업을 잇겠다고 하자 야스히코는 고민에 빠진다. 탄광 도시로 번성했던 한때의 영광을 뒤로하고 이제 쇠락할 대로 쇠락한 고향에 젊은 아들이 돌아와서 무얼 하겠다는 것인가.

야스히코가 운영하는 무코다 이발소의 실상을 보자. 평일에는 거의 손님이 없어서 이발소라기보다는 마을 사랑방에 가까운 구실을 한다. 드물게 다니는 순회 버스를 타고 온 손님들은 이발이 끝나면 야스히코 자신의 차로 집까지 데려다 준다. 다리가 불편해서 이발소까지 오지 못하는 노인을 위해서는 출장을 나가기도 한다…. 겨우 생활비나 벌리는데다 그나마 있는 단골들도 거의가 노인이어서 앞날을 예측하기 힘든 터. 야스히코의 과격한(?) 발언에도 일견 수긍이 간다. “이런 말을 하면 주민들 모두가 손가락질하겠지만, 도마자와는 침몰하는 배야. 아비로서, 내 자식을 침몰하는 배에 그대로 남겨두고 싶지는 않군.” 연작의 다른 작품들에서는 중국 신부를 맞이한 농촌 노총각의 자의식(‘중국에서 온 신부’), 새로 술집을 연 매력적인 도시 출신 여성에 대한 남자들의 관심(‘조그만 술집’), 이 고장을 배경으로 영화를 찍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소동(‘붉은 눈’), 도쿄로 유학 갔던 마을 수재가 사기 사건 범인으로 공개 수배되면서 벌어진 사건(‘도망자’) 등을 그린다. 시골 마을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 공동체적 전통과 개인 사생활의 충돌, 효율과 발전을 중시하는 세태와 별다른 대안 없이 그에 부정적인 기성 세대의 타성 내지는 순리 등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시골 삶의 이모저모가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오쿠다의 여느 소설에 비해 크고 강렬한 사건은 적지만 자연스러우면서도 따뜻한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을 덥힌다.

최재봉 기자,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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