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재다-청소년이 만들어온 한국 현대사
공현·전누리 지음/빨간소금·1만2000원
남녀노소가 두루 참가한 2016년 촛불 집회에서도 청소년들을 정치적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시선은 여전했다. ‘기특하다’ ‘미안하다’ ‘장하다’는 말의 밑바탕에는 청소년이 미숙한 존재라는 선입견이 있는 게 아닐까. 시위하는 청소년들의 배후에 누군가 있다고 지레 짐작하는 까닭도 마찬가지.
이런 고정관념은 약 100년 전인 1919년 3·1 만세운동 때부터 발견할 수 있다. 당시 경찰은 만세운동에 나선 청소년들의 ‘배후 조종자’를 캐내려고 했다. 그러자 호수돈여자고등보통학교 학생 어윤희는 이렇게 답한다. “새벽이 되면 누가 시켜서 닭이 웁디까?”
<우리는 현재다>는 3·1운동부터 2015년 교과서 국정화 반대 거리시위까지, 청소년이 나타났던 정치적 사건을 다룬 역사서다. 3·1운동 당시 학생들은 시위를 직접 조직하고 유인물을 배포했다. 동맹휴업, 시험거부 운동도 벌였다. 1922~23년 어린이날 서울 도심에는 ‘어린이 해방’이라 적은 깃발이 나부꼈고, 청소년들이 거리에서 당사자 권리를 주장하며 선전문을 나눠주었다. ‘시민’으로서 인권을 자각하며 맹렬한 정치적 활동을 벌였던 것이다.
책에는 그밖에도 광주학생항일운동, 4·19 혁명, 박정희 정권 시절 학교 대신 공장으로 간 여성청소년노동자들의 운동
(사진), 5·18 광주민중항쟁, 87년 6월항쟁, 89년 참교육운동과 전교조 설립, 2000년대 학생인권조례, 두발규제에 저항하는 ‘노컷운동’과 촛불집회, 참정권 운동까지 청소년들이 벌인 사회운동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지은이 공현·전누리씨는 오랫동안 청소년 운동을 해온 활동가로, 이번에 한국 청소년 운동사를 독자적인 정치사, 혁명사로 만드는 ‘기록투쟁’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빨간소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