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영화 변사 소재 소설 ‘변사 기담’
작가 양진채 “고향 인천에 빚갚은 느낌”
“변사와 소설가 모두 말을 다루는 존재”
작가 양진채 “고향 인천에 빚갚은 느낌”
“변사와 소설가 모두 말을 다루는 존재”
무성영화 변사를 주인공 삼은 장편 <변사 기담>을 낸 소설가 양진채. “변사와 소설가는 말을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변사가 대중을 휘어잡는 데에 치중하는 반면 나는 대중적 소설을 피하려는 강박 같은 게 있다”고 말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양진채 지음/강·1만4000원 “인천은 사실 서울의 변방 같아서, 제 고향인데도 전에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어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인천 공부를 새로 하다시피 했죠. 개항 중심지로서 신 문물이 경성으로 향하는 길목이 바로 인천이었잖아요. 소설을 마치고 나니 고향 인천에 진 빚을 어느 정도 갚은 느낌입니다.” 인천의 소설가 양진채가 1920년대 후반 인천을 배경 삼은 소설 <변사 기담>을 내놓았다. 1894년 협률사로 출발했으며 1925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어 여전히 운영 중인 애관극장의 변사 윤기담이 주인공이다. 변사란 무성영화 시절 영화 속 상황과 배우들의 대사를 극장 무대 한쪽에서 육성으로 들려주던 이들. 기담 자신은 “무성영화에 말을 입히는 일은 한편의 영화를 완성시키는, 화룡점정과 같은 것”이라 여긴다. 지금은 없어진 직업인 변사를 젊은 세대가 상상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소설에 묘사된바 당시 변사는 오늘날 아이돌 가수 못잖은 인기를 누렸다. 영화의 흥행을 좌우함은 물론 열렬한 팬덤을 형성하기도 했다. 가까운 이들 사이에서 ‘구라’로 통하는 소설가 황석영이 술자리에서 선보이는 개인기 중에도 변사 흉내가 있다. <변사 기담>의 작사가는 <유명 변사해설집>과 <조선시나리오 선집> 같은 책을 참조해 변사의 사설을 재현했다고 하는데, 영탄조와 반복 어구로 통속적 감정을 극대화하는 것이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청춘이 가는구나, 애달픈 청춘이구나. 이 둘의 사랑을 누가 갈라놓았단 말인가. 무엇이 이리도 야속하단 말이냐. 아, 청춘, 청춘, 죽음도 갈라놓지 못할 청춘의 꽃이여.”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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