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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계속 살 수 있다는 ‘선고’같은 상입니다”

등록 2017-01-10 20:54수정 2017-01-10 21:28

이상문학상 대상에 소설가 구효서
중편 ‘풍경소리’…존재론적 깨달음
소설가 구효서.
소설가 구효서.
“올해가 정유년 닭띠 해인데 제가 정유년 닭띠입니다. 그러니까 환갑이죠. 예순이 넘으면 잘 쓰던 소설가도 안 쓰거나 못 쓰거나 어쨌든 작품 발표량이 급격히 줄어드는데, 저는 다른 직업이 없기 때문에 글을 안 쓰면 죽는다는 절박감이 있습니다. 따라서 저로서는 이 상이 ‘계속 쓸 수 있어’라기보다는 ‘계속 살 수 있어’라는 삶에 대한 선고처럼 여겨집니다.”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제41회 이상문학상’에 구효서의 중편 ‘풍경소리’가 선정되었다. 10일 낮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가 구효서는 “전에는 감각이란 게 타고난 예민함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나이 들어 보니 그게 전적으로 체력에 기인하더라”라며 “그 때문에, 본분이 글쓰기인지 건강 관리인지 모를 정도로 체력 관리에 기를 쓰는 모습이 스스로도 눈물겹다”고 말했다.

‘풍경소리’는 아버지를 모른 채 성장한 여주인공 미와가 호젓한 가을 산사에 머무르는 동안 마음의 상처를 씻고 산사를 떠나기까지 과정을 그렸다. 미와가 취직해서 서울로 올라간 뒤 고양이를 키우며 혼자 살던 어머니는 미국인 남자와 결혼해 미국으로 갔다가 지병으로 죽어 그곳에 묻힌다. 미와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고양이 울음소리를 환청으로 들으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사로잡히다가 산사에서 풍경소리를 들으면서 존재론적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

심사위원들(권영민 권택영 김성곤 윤후명 정과리)은 “가을 산사의 풍경과 절간을 찾아온 주인공의 내면세계를 절묘하게 결합시켜 놓은 감각적인 문체가 소설적 감응력을 높여준다”며 “인간의 삶과 그 운명의 의미를 불교적 인연의 끈에 연결시키면서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고 대상 선정 이유를 밝혔다.

구효서 작가는 “이미 많은 상을 받았고, 상을 받기보다는 심사를 하는 게 어울릴 나이에 이상문학상을 받게 되어 염치없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문단에서도 나이 어린 작가들에게 모든 게 집중되는 ‘주니어 시스템’ 같은 게 작동하는 상황에서 이 상이 개인적으로는 큰 격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지금은 이 수상작을 포함해 인간의 5감을 다룬 연작의 세번째 작품을 쓰는 한편, 전쟁 중에 외국 군대가 한 마을을 초토화시키다시피 파괴하고 살육한 사건을 다룬 장편을 왼손으로만 쓰는 실험을 하고 있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2016년 1년 동안 발표된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한 41회 이상문학상의 우수작에는 ‘스마일’(김중혁) ‘나를 혐오하게 될 박창수에게’(이기호) ‘부루마블에 평양이 있다면’(윤고은) ‘눈 속의 사람’(조해진) ‘코드번호 1021’(한지수)이 선정되었다. 11월에 열리는 시상식에서 이상문학상 대상에는 3500만원, 우수작에는 각각 300만원이 상금으로 주어진다.

글·사진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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