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이병천 유철규 전창환 정준호 엮음/돌베개·2만5000원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스토리’조차 이제는 낯설게 들린다.”(책머리에) 민주화 시대 30년을 보낸 요즘 진보 학계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한국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한국 자본주의 발전모델을 분석하고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공존을 모색했다. 3년 전 <사회경제 민주주의의 경제학: 이론과 경험>으로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살폈던 학자들이 다시금 각자의 연구 성과를 한 데 모았다. 14명의 저자가 참여한 이번 공동연구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사회경제적 상황을 집중해서 다룬다. 아이엠에프 사태, 수저 계급론, 국민연금 기금운용,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부동산정책, 2012년 대선 당시 화제가 된 경제민주화 문제까지 한꺼번에 챙겨볼 수 있다는 점이 미덕이다. 논문 주제들은 총 4부로 나뉜다. 1부 발전모델, 산업 및 기업경제(이병천 정준호 홍장표 송원근), 2부 노동·금융·부동산(전병유 유철규 전강수), 3부 재정·복지·연금·교육(강병구 윤홍식 전창환 장수명), 4부 사회적 경제, 대외경제, 북한의 체제전환 및 남북경제공동체(정건화 김양희 양문수)다. 한국에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불화’한 지난 20년 동안 정치-경제 권력은 더욱 화목하게 지냈다. 국가부도 위기, 월드컵, 촛불집회, 양극화, 민주화에 앞장섰던 두 대통령의 잇단 서거…. 파란만장한 세월 동안 한국 사회가 저복지·고부패·저신뢰라는 ‘저급한 국가범주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까닭이 뭘까. 답을 찾으려는 학자들의 깊은 한숨이, 588쪽짜리 딱딱한 학술서 행간에서 짙게 배어나온다. 지금이 바로 한국 사회의 운명을 좌우할 기로라는 절박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