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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작가의 수입과 지출을 까발리다

등록 2017-01-12 19:24수정 2017-01-12 20:37

작가의 수지
모리 히로시 지음, 이규원 옮김/북스피어·1만2800원

예술가, 특히 문인과 돈의 관계는 상극이라는 식의 생각은 뜻밖에도 널리 퍼져 있다. 완고하기까지 하다. 문학과 예술에 대한 낭만주의적 숭배와 관련될 수도 있고, 무릇 예술가는 가난해야 한다는 편견 탓일 수도 있다. 그런데 여기, 문인과 돈의 관계를 발가벗듯 까발린 이가 있다. 그 자신 소설가인 지은이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가의 수지와 타산을 책으로 낱낱이 들춰낸 것이다.

<작가의 수지>의 지은이 모리 히로시(60)는 일본 국립 나고야대학 공학부 교수로 일하던 중 취미활동에 필요한 돈을 벌고자 부업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해 1996년 <모든 것이 F가 된다>라는 미스터리물로 데뷔한다. 그 뒤로 <작가의 수지>를 쓴 2015년 4월 현재까지 소설 90편을 포함해 책 278권을 내서 1400만부 정도를 팔았다. 그동안 책을 내서 얻은 수입은 15억엔. 처음 소설을 쓴 1995년 이전에는 소설을 쓰는 것은 물론 읽는 취미도 없었다는 이 괴짜 작가의 솔직한 고백에 어떤 이는 눈살을 찌푸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작가 지망생들이 “인생을 설계하는 데 참고가 되는 데이터” 삼아 자신의 수입과 지출을 공개한다는 취지와 태도는 ‘쿨’하기 짝이 없다. 작가가 얻는 수입의 기본은 원고료다. 지은이에 따르면 문학 잡지 등에 글을 실으면 원고지 매당 4천~6천엔을 고료로 받는다(한국이 200자를 원고지 한장으로 치는 반면 일본은 400자 원고지 체제임을 감안해야 한다). 인세는 책값의 8~14%이며 모리 자신이 받은 것은 최저 10%에서 최고 14%였다고. 해외 번역 출판 때는 처음에 6%를 인세로 받고 중쇄 때는 7%, 1만부가 넘으면 8%를 인세로 받는다.

고료와 인세라는 작가의 기본 수입 말고도 강연료(시간당 40만엔)와 대담료, 방송 출연료, 해설료(25만엔)와 추천사 값(건당 2만~3만엔), 영화 및 드라마 원작료 같은 부수입도 생기며, 작가에 따라서는 강연료 같은 부수입이 고료와 인세 수입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유명해지거나 얼굴이 알려지는 것이 싫다는 모리 자신은 강연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기사에 작가 얼굴이 첨부되지 않은 것도 작가의 ‘히키코모리’ 성향 때문). 지출 쪽을 따져 보자면 ‘원재료’가 거의 들지 않는 게 작가라는 일이다. 인터넷이 연결되는 컴퓨터 하나면 언제 어디서나 일을 할 수 있다. 특히 모리처럼 현장 인터뷰나 자료 조사, 취재 여행 같은 걸 전혀 하지 않고 머릿속에 든 것을 다만 글로 풀어내기만 하는 스타일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결론적으로 “소설가라는 직업은 유망하다고는 말하지 못해도 의외로 장래성이 있는 분야”이며 “그 유리한 조건 때문에 지망자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작가의 길이 마냥 장밋빛인 것은 아니다. 막연한 환상으로 소설가를 지망해서는 곤란하다. 낭만주의적 예술가관과는 배치될 수도 있는 ‘근면함’을 지은이가 거듭 강조하는 것이 그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작품을 생산할 것, 그리고 마감을 지킬 것.”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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