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현 두번째 소설집 ‘눈의 황홀’
표제작 등 다채로운 단편 여덟
언론민주화 투쟁과 세월호 흔적도
표제작 등 다채로운 단편 여덟
언론민주화 투쟁과 세월호 흔적도
명지현 지음/문학과지성사·1만2000원 늦깎이 작가 명지현의 두 번째 소설집 <눈의 황홀>에는 단편 여덟이 묶였다. 소재와 주제가 매우 다채롭다는 것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예술가 소설 계보로 볼 수 있을 표제작에서부터 진흙 인간(‘흙, 일곱 마리’)과 김유정 로봇(‘단어의 삶’)을 등장시킨 에스에프적 소설, 한반도 통일 뒤 혼란기를 배경 삼은 근미래 소설 ‘네로의 시’, 언론 민주화 투쟁으로 해고 또는 정직된 언론인들을 등장시킨 ‘숲의 고요’, 낙태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미혼 여성을 그린 ‘구두’, 아버지가 사라진 뒤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소년을 내세운 ‘실꾸리’, 그리고 노 화가와 그에게서 작품을 받아 내려는 기획사 여직원의 실랑이를 중심으로 짜인 ‘하양’ 등…. 표제작은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 <이로니, 이디시>(2009)에 실렸던 단편 ‘충천’(蟲天)을 떠오르게 한다. 벌레 그림에 매혹된 나머지 눈동자 안에 벌레를 키우던 도예가(‘충천’)가 이 작품에서는 삶과 죽음의 경계까지 가야만 볼 수 있다는 꽃을 만나고자 위험을 무릅쓰는 인조꽃 장인 화장(花匠)으로 바뀐 형국이다. 다만 이 작품에서는 외할머니에서 어머니를 거쳐 주인공 겸 화자 ‘나’로 이어지는 여성 삼대 화장을 통해 출산과 모성 같은 여성의 생물학적 특징과 예술(가)의 본질 사이 상관관계를 파고든 점이 인상적이다. 책 뒤에 해설을 쓴 문화연구자 오혜진은 “여성의 출산·양육을 숭고하거나 비천한 ‘창작’ 행위로 간주하는 모성 신화, 그리고 거기서 발생하는 예술과 모성의 모호하고도 불철저한 유비”를 이 작품이 예민하게 포착했다고 평가했다.
소설집 <눈의 황홀>을 내고 19일 오후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작가 명지현. 오혜진의 다소 비판적인 해설에 대해 “작가가 합리적 비판에 상처를 받아서는 안 된다”며 담담하게 웃어 넘겼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