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원 지음/노란잠수함·1만6000원 신사임당을 주인공 삼은 텔레비전 드라마 방영을 앞두고 사임당에 관한 책이 잇따르는 가운데, 중견 작가 이순원(사진)이 사임당의 삶을 사실 그대로 담는다는 포부로 <정본소설 사임당>을 내놓았다. 사임당이 율곡 이이를 비롯한 일곱 자식을 반듯하게 키워 낸 현모양처이면서 동시에 초충도와 산수화에 능한 화가이자 시인으로서 다재다능한 예술가였다는 사실은, 예술가적 고뇌와 결부된 알려지지 않은 연애사가 있었으리라는 추측과 상상을 자극해 왔다. 이순원의 소설에서 사임당은 과거 시험 공부에 열성을 다하지 않는 남편에게 실망하고 때로 걱정을 토로하며, 서울 시댁과 강릉 친정 양쪽의 연로한 어른들 모시는 일을 놓고 근심하며 남편과 상의는 할지언정, 각종 사료에 전하는바 현모양처의 면모에서 한치의 흐트러짐도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사임당이 시와 그림에서도 일가를 이룬 예술가로 성장한 배경으로 딸들에게도 학문을 가르친 오죽헌의 가풍을 든다. “모녀가 함께 학문을 하였다는 것, 그리고 그 집안이 전통적으로 딸들에게 학문을 가르쳤다는 것, 어쩌면 이것이 사임당의 삶이 다른 여성들의 삶과 다른 점인지 모른다.”(‘작가의 말’) 소설에서 사임당의 아버지 신명화는 열일곱살 딸이 <소학>과 <삼강행실도>는 물론 외조부의 가르침을 받아 <예기>와 <춘추> 역시 섭렵한데다 그림에서도 남다른 재주를 보이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학문도 남자들처럼 어디에 쓰지 못한다고 쉬이 그만두지 말고 열심히 익히고, 서화의 기예도 열심히 훈련하도록 해라. 둘이 서로 다른 듯해도 그게 다른 게 아니란다.” ‘진복창전’은 율곡의 글 가운데 남아 전하는 것으로는 최초인, 일곱살 시절에 쓴 글이다. 어린 율곡이 한문으로 쓴 이 글은 아버지와 친구들의 대화에서 진복창이라는 인물에 대해 오간 내용을 토대로 그의 사람됨을 비판하는 취지였다. 이 글을 본 사임당은 “이번 일을 끝으로 앞으로는 절대 네가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한 일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마라”고 어린 아들을 꾸짖고, 아울러 남편에게도 이렇게 조언한다. “모두 맞는 말이라 하여도 아버지가 아들이 듣는 앞에서 하실 말씀이 있고 하셔서는 안 될 말씀이 있는 거지요.” 아마도 이 일화는 사임당이 죽은 뒤 율곡이 쓴 어머니의 행장 중 다음 대목에서 떠올린 작가의 문학적 상상일 것이다. “가군께서 어쩌다 실수가 있으면 반드시 간하고, 자녀가 잘못이 있으면 따끔하게 훈계하였다.” 최재봉 기자,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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