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노 지즈코·미나시타 기류 지음, 조승미 옮김/동녘·1만5000원 한·일 양국에서 가장 유명한 페미니스트 우에노 지즈코(69) 도쿄대학교 대학원 인문사회계연구과 명예교수와 사회학자 미나시타 기류(47) 고쿠가쿠인대학 경제학부 교수의 대담집.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는 결혼이 가진 ‘위험 부담’을 낱낱이 파헤친다. 책은 ‘실패한 개’(일본) ‘노처녀’(한국) ‘남은 여자’(중국)라는 사회적 낙인에도 ‘적극적인 비혼 여성’이 늘어나는 현상이 합리적 선택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생계 문제로 맞벌이를 할 수밖에 없는데, 여자가 돌봄 노동까지 혼자 해야 한다면? 결혼 뒤 임신·출산·육아로 승진을 못하고 퇴직까지 강요 당한다면? 여성이 “수지가 안 맞아서 못 한다”며 싱글을 선택하는 게 당연하다는 얘기. 이성애 가족 중심의 ‘정상 결혼’은 이제 남녀 모두에게 부담이다. 남자가 가족을 부양하고 여자가 가사·돌봄 노동을 떠맡는 모델은 인류사에서 극히 짧은 시간이었고, 이젠 그런 이들도 소수가 되어간다. 하지만 사회는 “‘올바른 결혼’, ‘올바른 연애’에 대한 마치 종교와도 같은 신앙”(미나시타 기류)을 갖고 있어 문제라는 것이다. 책의 핵심인 2장에서는 출산율을 높인답시고 비정규직 싱글 여성을 사회보장에서 배제하는 정책, 직장 내 ‘모성 괴롭힘’, 인터넷 우익 남성들의 ‘여성 때리기’ 현상 등을 다룬다. 옛날에 중년 아주머니들이 젊은 엄마들을 보며 (배가 부르다고) 혀를 찼다면, 이제는 젊은 남자들이 일하는 엄마를 때린다. 젊은 남성들의 여성혐오는 “‘나를 선택하지 않은 여자들’에 대한 증오”라고 우에노 지즈코는 분석했다. 또 치열한 경쟁을 피하려고 전업주부를 꿈꾸는 젊은 여성, 돈 들지 않는 자립적인 애인과 이혼을 요구하지 않는 아내를 동시에 두며 ‘편리한 삶’을 사는 남자들이 등장한 까닭, 이혼 손익계산서, 엄마 역할을 아내에게 요구하는 ‘남자의 응석구조’ 등도 날카롭게 파고든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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