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낭송은 시 뿐만 아니라 우리 말을 사랑하는 것이고, 또 마음을 가장 아름답게 가꾸게 합니다.”
매달 넷째 일요일 오후 전북 전주 한옥마을에서 시 낭송을 주관하는 사단법인 ‘시가 내리는 마을’ 오서영(52) 대표의 신념이다. 그의 시 낭송은 오래된 은행나무 근처 정자에서 80분 가량 이어진다. 회원 15~20명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무대에 선다. 지루하지 않게 변화를 주려고 색소폰과 바이올린 연주 등도 곁들인다. 그러면 발길을 옮기는 관광객들의 시선이 정자에 머문다.
“한옥마을에 갔더니 너무 볼 것이 없다는 말을 들으면 이곳에서 시 낭송을 즐기도록 권합니다. 실개천이 잔잔히 흐르는 정자에서 시를 들으면, 각자 집으로 돌아간 뒤 시 낭송 잔영이 남을 것입니다.”
그는 2012년 9월부터 시 낭송을 시작했다. 야외 행사이다보니 덥고 추운 날씨에 하기는 어렵다. 지난 5년 동안 딱 두번만 제외하고 이 행사를 이어갔다. 이제는 50회를 넘어섰고 아예 의무가 됐다. 어떤 일을 하면 그냥 끝내지 못하는 성격이어서 앞으로 5년은 더 이끌 계획이다. 지난해 8월에는 느슨해진 마음을 다잡기 위해, 시 낭송 동호인 민간단체에서 사단법인으로 단체 규모를 키웠다. 회원은 학생을 포함해 60여명이다.
전주교대·예원대 평생교육원서 시 낭송을 가르치며 복사기·인쇄기 임대업도 운영하는 그는 매달 사비 60~70만원을 들여 행사를 꾸린다. 100만원이 넘을 때도 있다.
일을 할 때 간혹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그때는 이동중 차안에서 시를 암송한다. 그러면 그냥 마음이 풀어진다. 그는 시 300편 이상을 외우고, 12년 전 불혹 때 등단했다. 올해 첫 시 낭송은 넷째 일요일이 설연휴여서 부득이 취소했다. 하지만 2월26일 오후 3시 더 알차게 준비해 행사를 연다. 오는 10월에는 제1회 한옥마을 한복 시 낭송대회도 열 계획이다.
가끔 낭송자에게 무대에서 읽을 시를 골라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한다. “제가 골라주면 낭송자는 곧 싫증을 냅니다. 자신의 감성에 맞는 시가 가장 울림이 있고 잘 표현되는 것이지요. 청자들도 그런 시에 감동합니다. 자신이 느낄 수 있는 시가 가장 좋은 시입니다.”
글·사진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