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화 등 지음/은행나무·1만3000원 메갈리아, 군복무, 데이트 폭력, 남성 진보 논객의 데이트 폭력 폭로, 페미니스트 정치, 섹스, 여성을 사랑하는 여성의 문제, 성노동, ‘진짜 페미니즘’ 논쟁…. 지난 2~3년 동안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12가지 페미니즘 이슈들을 모은 <그럼에도, 페미니즘>은 김보화·김은희·김홍미리·나영·박은하·박이은실·손희정·엄혜진·윤보라·은하선·조서연·홍태희 등 페미니스트 연구자, 정당인, 섹스 칼럼니스트, 여성주의 활동가들이 한 장씩 맡아 쓴 책이다. <경향신문> ‘향이네’가 기획한 ‘페미니즘이 뭐길래’ 시리즈가 토대가 됐다. 연재를 시작하자마자 댓글에서 “난독과 오독의 향연”이 펼쳐졌다는데, 그만큼 뜨거운 이슈였기 때문이다. 20~30대의 데이트 성폭력이 얼마나 위험하고 애매하고 만연한지, ‘진보 논객’이 왜 데이트 폭력 가해자로 폭로되고 그 뒤 진보 진영은 왜 실망스러운 반응을 보였는지,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시기에 페미니스트 정치가 어떤 의미인지, 섹스 기사나 칼럼에 환호하면서도 왜 섹스를 말하는 여성을 ‘수난’에 처하게 하는지 등의 글을 읽노라면 숨 가쁘게 전개된 페미니즘, 젠더 이슈의 복잡성을 새삼 실감할 수 있다. 여성의 현실은 통계 또한 입증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2015년 집계를 보면, 성폭력의 85% 이상이 아는 관계에서 일어나고 전·현 데이트 상대에게 피해를 경험한 경우도 26%에 이른다. 한국여성의전화에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범죄 보도를 취합한 결과를 보면, 친밀한 관계에서 살해당한 여성이 최소 452명, 미수 포함 최소 655명이었다. ‘헤어지자’고 여성이 말했을 때 살해될 위험이 가장 높았다. 헤어진 연인과의 성관계 장면 등을 찍어 보복하는 ‘리벤지 포르노’의 문제까지. ‘사랑싸움’ ‘사적 문제’로 방관한 뒤 벌어진 끔찍한 결말 등 현실을 직시하는 물음이 가득하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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