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윤 외 지음/은행나무·5500원 서울 명동 대로변의 호텔 프린스에는 ‘소설가의 방’이 있다. 대학 시절 신춘문예를 준비하느라 이 호텔에 묵었던 일을 회고한 소설가 윤고은의 글을 접한 호텔 경영진이 아예 젊은 소설가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한겨레> 2014년 4월17일치 29면) 지금까지 작가 35명이 참여했다. <호텔 프린스>는 이 프로그램 덕에 프린스 호텔에 묵으며 글을 쓴 작가 여덟사람의 소설집이다. 사업 첫해인 2014년 참가 작가들이 호텔을 주제 삼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웹진 <문장>에 연재한 단편을 한데 모았다. 황현진의 ‘우산도 빌려주나요’의 주인공은 군 복무 중인 애인과 시골 어머니가 동시에 집에 오겠다고 하자 급한 대로 어머니를 서울 시내 한복판 호텔로 모시게 된다. 어머니 눈치가 보이는 딸과 그런 딸이 못마땅한 어머니가 마음을 열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결말이 따뜻하다. 김경희의 ‘코 없는 남자 이야기’는 아내와 사이가 냉랭해진 중년 남자가 호텔에 장기 투숙하는 젊은 여자와 미묘한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 김혜나의 ‘민달팽이’에도 중년 남자 화가와 젊은 여성이 등장하는데, 두사람 사이의 거의 유일한 관계가 섹스라는 점에서 김경희 소설과는 차이를 보인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