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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서울 한복판 호텔에서 태어난 이야기들

등록 2017-02-02 19:39수정 2017-02-02 19:50

호텔 프린스
안보윤 외 지음/은행나무·5500원

서울 명동 대로변의 호텔 프린스에는 ‘소설가의 방’이 있다. 대학 시절 신춘문예를 준비하느라 이 호텔에 묵었던 일을 회고한 소설가 윤고은의 글을 접한 호텔 경영진이 아예 젊은 소설가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한겨레> 2014년 4월17일치 29면) 지금까지 작가 35명이 참여했다.

<호텔 프린스>는 이 프로그램 덕에 프린스 호텔에 묵으며 글을 쓴 작가 여덟사람의 소설집이다. 사업 첫해인 2014년 참가 작가들이 호텔을 주제 삼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웹진 <문장>에 연재한 단편을 한데 모았다.

황현진의 ‘우산도 빌려주나요’의 주인공은 군 복무 중인 애인과 시골 어머니가 동시에 집에 오겠다고 하자 급한 대로 어머니를 서울 시내 한복판 호텔로 모시게 된다. 어머니 눈치가 보이는 딸과 그런 딸이 못마땅한 어머니가 마음을 열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결말이 따뜻하다. 김경희의 ‘코 없는 남자 이야기’는 아내와 사이가 냉랭해진 중년 남자가 호텔에 장기 투숙하는 젊은 여자와 미묘한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 김혜나의 ‘민달팽이’에도 중년 남자 화가와 젊은 여성이 등장하는데, 두사람 사이의 거의 유일한 관계가 섹스라는 점에서 김경희 소설과는 차이를 보인다.

안보윤의 ‘순환의 법칙’에서 집이 없어 찜질방을 전전하던 미주는 호텔 무료 숙박 이벤트에 당첨되어 서울 시내 한복판 호텔에 묵게 된다. 대학 시절 다단계에 들었다가 파산하고 졸업 후에도 계약직을 전전해 온 미주는 호텔 방 라디오의 수상쩍은 사연에 귀를 기울인다. “돈이 돈을 좇는 것처럼 가난은 가난을 좇”고 “오로지 마이너스로 순환되는 인간들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에 공감하던 미주는 어느 순간 그것이 다름 아닌 자신의 이야기이며 ‘마이너스’보다 더 고약한 순환의 고리에서 자신이 “결코 도망칠 수 없을 것임을” 깨닫는다.

<호텔 프린스> 수록 작품들이 웹진에 발표될 때마다 호텔 로비에서는 북콘서트가 열렸다(사진). 15일 저녁 7시에도 서울 프린스 호텔 2층 라운지에서 <호텔 프린스> 출간 기념 북콘서트가 열린다. 책에 참여한 작가 전석순·김경희·김혜나·이은선이 작품 일부를 낭독하고 극단 ‘해인’이 낭독 공연을 선보이며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가수 윤덕원이 공연을 한다. 이은선은 “관광객들이 오가는 명동 한복판 호텔 로비에서 소설을 읽고 문학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북콘서트가 작가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함께 프린스 호텔의 문화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재봉 기자, 사진 이은선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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