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스기야마 유미코 지음, 장은주 옮김/더퀘스트·1만5000원 ‘별처럼 수 많은 사람들 그 중에 그대를 만나, 꿈을 꾸듯 서로를 알아보고’, 가수 이선희의 노래처럼 ‘그 모든 건 기적이었음’을 확신한 결혼. 하지만 곧 생활이 되고, 얼굴 붉히고 급기야 냉대하고, 때론 증오하는 부부가 된다. <졸혼시대>는 한 집에 살면서 실은 같이 살지 않는 우리 주변의 수많은 ‘쇼윈도 부부’를 위한 관계 유지 처방전이다. 동시에 권태롭지만 과거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살아갈 ‘100세 시대의 부부’를 위한 생존전략이다. 대학 때 사랑에 빠져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며 동거를 시작한 저자는 40대 후반 찾아온 파국의 위기에서 ‘졸혼’이라는 대안을 찾아냈다. 성공한 남편을 보며 소외감을 느끼고, 아이 교육비 등 경제적 문제로 싸움을 벌이던 저자는 어느 순간 남편과의 대화가 야유와 빈정거림, 비난과 분노의 말을 쏟아내는 쪽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망연자실한다. 하지만 우연히 찾아온 남편과의 별거가 지친 결혼을 더 건강하게 유지한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혼 대신 의식적 별거를 선택한 여섯 쌍의 부부를 심층인터뷰 해 ‘졸혼이 나와 가족이 더 행복해지는 관계 혁명’이라고 결론낸다. 이시카와현의회 의원 히로오카 다쓰미, <간병의 달인>을 출간한 하나리 사치코 등 일본에서 나름 주목받는 인사들의 치열한 결혼생활이 ‘졸혼의 성공사례’로 등장한다. 하지만 저자는 갈라서고 싶은 욕망이 크지만 이혼을 결단할 수 없는 위기의 부부를 위한 ‘도피처’로 졸혼을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여섯 쌍의 부부가 위기의 순간 배우자에게 관대했고, 공감과 배려를 지속했으며, 또 졸혼을 위해 오래 준비했다는 것을 강조한다. “뜨거운 용암처럼 분노가 치밀었던 남편에 대한 화가 조금씩 식고 나에 대해 반성을 하게 됐다”는 저자는 “가족 각자의 한계치와 욕구를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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