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마이클 테너슨 지음, 이한음 옮김/쌤앤파커스·2만원 2015년 퓰리처상을 받은 <여섯 번째 대멸종> 등 지구 생명체와 멸종의 역사는 과학계에 이어 환경 논픽션에서도 최근 가장 많이 탐구되는 주제 중 하나다. 마이클 테너슨이 쓴 <인간 그 이후>는 여기에 덧붙여 인간의 멸종 가능성과 그 이후에 대해 질문을 던진 책이다. 풍부한 현장 취재와 과학자 인터뷰가 돋보인다. 멸종과 진화는 동전의 양면이다. 가장 큰 멸종사건으로 알려진 페름기 대멸종을 비롯해 공룡을 사라지게 한 백악기 대멸종까지 지구에서는 다섯 번의 대멸종 사건이 있었다. 기후변화와 화산 폭발, 운석 충돌 등 다양한 사건이 중첩된 재난이었다. 그러나 멸종은 진화의 원동력이다. 멸종 뒤엔 새로운 종들이 번성하는 ‘대폭발'이 일어났다. 1억6000만년간 지구를 지배한 공룡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신생대 포유류의 번성도 없었을 테고, 인간은 태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지금 ‘제6의 대멸종'을 통과하고 있다. 새로운 지질시대 ‘인류세'라는 말로 대변되는, 인간이 일으킨 온난화와 생태계 훼손, 핵 위기로 인한 변화들이다. 우리 종의 대폭발이 방아쇠를 당겼다. 지구 역사를 24시간이라고 본다면, 호모 사피엔스는 마지막 몇 초에 출현했지만, 기술과 문명 발전에 힘입어 유례없이 폭증하고 있다. 1800년에 10억명이었다가 2000년에는 60억명, 2045년에는 90억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살아남기 위한 거대한 인구압은 대멸종을 앞당긴다. 지은이는 여기서부터 지금껏 나온 책들과 다른 상상을 한다. 전능한 자연법칙에 굴복해 인류는 자멸할 것인가?(상당수 번성한 종이 그래왔다) 유전자 편집이나 인공지능에 힘입어 새로운 종으로 분화할 것인가? 화성 등 우주식민지로 이주할 가능성은? 태양이 점점 뜨거워지면서 지구는 5억~10억년 안에 ‘거주 가능 구역'(골디락스 존)에서 밀려난다는 예측도 있다. 저자는 이런 질문들을 안고 세계를 돌며 과학자에게 묻고 현장을 기록했다.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는 지구 환경의 보전을 이야기하면서, 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진화는 빼놓고 생각해왔다. 인간을 대멸종의 역사 속에 넣고 상상해보면서 지평을 넓힌 게 이 책의 장점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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