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위근우 지음/한울엠플러스·1만6000원 언제부터인가 “언냐들” 또는 “형들”을 부르며, “이거 저만 불편한 건가요?”라고 묻는 이들이 자주 인터넷 게시판에 출몰하고 있다. 사람들은 ‘프로불편러’라는 명칭을 붙였다. 어떤 콘텐츠에 노골적으로 또는 은밀하게 드리워진 문제점들을 고발하며, 다른 이들의 동조를 부추긴다. 때로 핵심을 찌르기도, 때로 사소한 트집잡기로 비치기도 한다. 이들의 잦은 지적질에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이런 쪽에선 ‘프로불편러’의 문제제기가 피곤한 말꼬리잡기에 불과하다며, ‘불편충’이라는 비하성 명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프로불편러 일기>는 작심하고 ‘지적질’의 정당화를 시도한다. 부제인 ‘세상에 무시해도 되는 불편함은 없다’에 주제의식이 함축돼 있다. 지은이에게 한국 사회는 “꼭 여성혐오의 문제만이 아니라 여전히 전근대적인 정치의식이 지배력을 발휘하고 반지성적 선동이 소위 정치적 진보 진영 안에서도 등장하는 지금 이곳”이다. 제목엔 웹매거진 <아이즈> 기자인 지은이의 정체성도 깔려있다. ‘프로’란 어떤 일로 먹고사는 존재를 가리킨다. ‘프로불편러’라면 곧 불편함을 일깨우는 일이 직업인 사람인 셈이다. 그 점에서 “기자라는 직업은 필연적인 프로불편러여야 한다”. 지은이가 대중문화 분야를 주로 담당해와서일 것이다. 방송·영화 등과 연예계에 대한 일침놓기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일베를 ‘새시대의 야만’으로 규정하고, 국정원, 티브이조선 등에도 비판의 눈길을 보낸다. 진보논객 진중권과 평양냉면만 냉면이라 강요하는 풍경에도 예외없이 불편러의 예민한 잣대를 들이댄다. <아이즈>에 실었던 글들을 골라 묶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