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일 지음, 책담/1만4000원 단 238쪽이다. 주장은 선명하고, 비판은 뾰족하다. 경제학자 정승일은 기존 경제민주화론이 ‘가짜’라고 밝힌다. ‘경제민주화 진영’의 정치인과 경제학자들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장경제 추구, 전근대적 재벌 그룹 개혁, 관치경제의 타파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꿈꾼다는 것이다. <누가 가짜 경제민주화를 말하는가>는 한국 경제의 위기가 전근대적 재벌그룹의 힘과 관치경제 탓만이 아니라 자유시장 자본주의 추구 때문에 생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재테크 자본주의, 카지노 자본주의, 지대추구 자본주의가 득세하는 건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2015년 말, 금융자산만 10억이 넘는 부자 21만1000명의 금융자산 총액은 476조원에 달했다. 개발독재와 재벌의 전성기였던 1979~95년, 한국의 빈부격차는 괜찮은 편이었다. 1994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직후 사정은 달라졌다. 자유주의 시장개혁을 추진하며 신자유주의의 지옥문을 열었던 것이다. 재벌을 개혁하고 하청기업 착취를 줄이면 ‘진짜 경제민주화’가 될까? 그렇게 얻는 낙수효과는 7.6조 가량, 새발의 피다. 주식투자자의 권리를 보호해주면? 그것 역시 ‘시장의 독재’ ‘부르주아 민주주의’만을 불러올 뿐이라고 한다. 지은이는 ‘진짜’ 경제민주화를 주장한다. 알바·비정규직의 노동권을 강화하고 임금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노동자 대의원이 이사회에 참석해 주주와 함께 기업을 통치하고,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것도 중요하다. 또 하나, 형제자매애를 강조한다. 공동체적 사회연대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인데,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나중에’라며 미뤄왔던 일이기에 여기까지 왔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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