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 미나코 지음, 나일등 옮김/한겨레출판·1만5000원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초기 작품엔 ‘다방 분위기’가 있다. “주택가 한적한 곳에 위치한, 누구나 마음 편하게 들를 수 있는 다방” 말이다. 1980년 발표한 <1973년의 핀볼> 같은 작품에는 핀볼 정도만 다방에 놓여 있었는데, 1982년에 내놓은 <양을 둘러싼 모험>에는 더 많은 게임기가 설치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하루키 랜드’의 손님들은 게임의 해석을 놓고 논쟁을 벌이기 시작한다. 하루키 랜드는 골목 다방에서 게임 다방으로, 나중에는 급기야 오락실로 변모한다. 하루키의 작품은 독자의 참여를 부추기는 ‘인터랙티브 텍스트’가 됐다. 일본 문예평론가 사이토 미나코는 <문단 아이돌론>에서 일본 문학 전성기 스타작가 8명의 작품을 분석한다. 작가와 작품 텍스트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일반적인 평론과는 달리, 독자와 평단이 어떻게 반응해왔는가에 방점을 찍는다. 지은이는 일본 문단의 스타 작가들이 어떤 식으로 평가받고 보도되었는지를 살펴, 이들이 ‘일본 문단의 아이돌’이 된 이유를 분석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하루키보다 조금 늦게 스타덤에 오른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은 문예 작품이라기보다 팬시 상품처럼 소비됐다고 평가한다. 그의 작품은 ‘인형놀이의 세계’이기 때문에, 아무리 사람이 죽어나가고 가족 구성이 엉망이어도 현실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작가들은 일본 거품 경제 시대인 1980년대에 명성을 쌓기 시작해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는 이들이다. 거품 경제와 거품 경제 붕괴 이후 일본 사회의 변화도 어렴풋이 느낄 수 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