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해를 넘겨 이어진 촛불집회의 열기를 담은 시집이 여럿 나왔지만, 이 책은 가히 그 총결산이라 할 만하다.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가 엮은 <촛불은 시작이다: 2016-2017>에는 원로 고은 시인부터 갓 등단한 신인까지 한국작가회의 소속 회원 264명의 시 한편씩이 담겼다.
“문장이 모여들면/ 두꺼운 노래가 되니// 사람이 리듬이 되면/ 얼마나 거대한가// 우리는/ 범람할 것이다/ 너울로 갈 것이다”(김남규, ‘문장의 광장’ 부분)
“하늘에는 철새/ 지상에는 떨어진 나뭇잎새/ 그 사이에 팔락이는 작은 불새// 촛불은 작은 불, 아이야/ 이곳에서 시작했고 이곳에 있으며/ 여기로부터 출발하자/ 슬픔의 땅에서/ 어둠의 땅에서”(박설희, ‘아이야, 네 손에’ 부분)
“나의 청춘은 유신과 5공/ 잘 가라 청춘이여/ 독재도/ 매국도/ 반민주도/ 매판세력도/ 청춘 너머로 어여 사라져라//(…)// 청춘이 떠나가서/ 희끗한 머리카락 그대로도 좋다/ 나의 손에는 촛불이 일렁이고/ 앞에도 그 앞에도 뒤에도 옆에도/ 거대한 용암처럼 뜨거운 함성//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 앉아/ 나는 이제 늙어도 괜찮겠다// 잘 가라, 내 청춘!”(장우원, ‘촛불 든 밤’ 부분)
“첫눈/ 그리움 사이로/ 사람들 언 손 녹일 때/ 촛불들 켜졌지요/ 광화문 황홀한 평야/ 촛불이 매화인 양/ 한겨울 꽃눈 열리고/ 아기촛불 흔들리면/ 어미촛불이 다가가서/ 살포시 껴안아주는 잠/ 첫눈 그친 시간/ 거룩한 꽃들이 피운/ 촛불평야”(홍일선, ‘촛불평야’ 전문)
최재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