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그리스 문명 책 펴낸, 김승중 토론토대 교수
김승중 캐나다 토론토대 고미술학과 교수. 사진 피터 도모랙(Peter Domorak) 제공
예술사로 컬럼비아대서 박사
‘학자’ 김용옥과 최영애 맏딸 “이과 배경, 예술사 연구에 도움
학문 통합 추세, 고루 공부해야
‘시각적 인지에 시간 영향’ 관심” 천문학자는 하늘을 봐야 하고 고고학자는 땅을 판다. “프린스턴대학에서 석사를 마친 뒤 파리에서 1년 연구원으로 지낸 적이 있어요. 이때 프랑스인들이 자신들의 문명, 예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걸 느꼈어요. 예술을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처음으로 강하게 들었죠.” 천문학 박사를 마친 뒤 존스홉킨스대학 박사후 과정에 있을 때 이런 생각을 아버지에게 털어놓았다. 그는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의 맏딸이다. 어머니는 최영애 전 연세대 중문과 교수다. “책망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버지 반응이 의외였어요. 굉장히 좋아하시면서, 하려면 빨리 박사를 하라고 하시더군요. 또 고대 그리스부터 폭넓게 하라고도 하셨죠.” 예술사의 여러 분야 가운데 하필 그리스 고고학이었을까? “버지니아대 석사 1년차 때 이탈리아 시칠리아 유적 발굴에 참여했어요. 한여름에 땀 흘리며 노가다를 하면서 맘을 정했어요. 군대생활처럼 오전 5시30분에 기상해 오후 3시까지 일해요. 장난이 아니죠. 육체적인 카타르시스(정화)가 있었죠. 2500년 동안 땅속에 묻힌 유물이 햇빛에 드러난 모습을 처음으로 보는 것도 짜릿하죠.” 그는 이번 책에서 자신의 전공인 그리스 예술을 매개로 역사, 문화, 여성 등 그리스의 여러 측면을 다룬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시각자료다. 그리스 예술의 정수라 할 만한 시각물이 일품요리로 꽉 찬 잔칫상처럼 지면을 채우고 있다. 전문연구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파르테논 신전의 석상에 담긴 신화적 스토리와, 와인 위에 배가 떠 있는 환상을 안겨주는 그리스 도자기 그림 등에 대한 저자 해설을 듣노라면 2500년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그가 직접 3D 기술로 재현한 그리스 신의 이미지도 볼 수 있다. 이과 배경이 공부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고 묻자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석사 때 과학을 전공했다는 이유로 교수들이 저에게 여러 프로젝트를 제안했어요. 이 때문에 석사 초기부터 오리지널한(독창적) 연구를 할 수 있었죠. 이과 출신이라 간단한 통계학적 접근으로도 연구 결과를 낼 수 있거든요.” 그는 “앞으로 학문 분야가 통합될 것”이라며 “한국 학생들도 고루고루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리스는 서양 문명의 원류이다. 동양인이 그리스 고고학을 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가장 큰 문제는 언어 장벽인데, 저는 영어가 자유로운 편입니다. 그리스어와 독일어, 이탈리아어는 석사 과정 때 배웠고 불어는 파리 체류 때 습득했죠. 중국어는 원래 조금 합니다.” 그는 “원래 고고학은 유럽 부유층의 학문이었다”며 “그리스 문학 분야는 동양 연구자들이 조금 있지만 고고학 쪽은 동양 사람이 거의 없다”고도 했다. 그의 예술사 박사 논문은 그리스인들이 생각하는 두가지 시간, 흐로노스(객관적 시간)와 카이로스(주관적 시간)를 다뤘다. 흔히 말하는 ‘때가 무르익었다’고 할 때의 그 때가 바로 카이로스이다. ‘카이로스는 인간에게 궁극적인 결정권을 주는데, 이런 선택의 자유야말로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의 핵심’이었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왜 시간이었을까? “천문학을 공부하면서 시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어요. 빛이 워낙 장거리를 움직여서, 관찰할 때는 시간이 오래 지난 뒤였죠. 앞으로도 시간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어요.” 시각적 인지가 시간에 따라 어떤 영향을 받는지도 연구하고 싶은 테마 가운데 하나다.
‘바르베리니 파운’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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