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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아, 어린 원앙 하나가 고개를 내밀었어요!

등록 2017-03-09 19:29수정 2017-03-09 20:30

우리 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김성호 지음/지성사·1만5000원

생명과학자 김성호 교수는 1991년 남원의 한 대학에 부임하며 본격적으로 지리산과 섬진강의 생명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휴직까지 해가며 숲과 강이 품은 새들을 만나고 쓴 책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2008) <동고비와 함께한 80일>(2010)은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우리 새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자연만 바라보며 살았던 ‘새 아빠’의 10년 관찰기이자 사계절로 만나는 한국의 새 이야기다. 짝 찾는 봄, 고난의 시간 여름, 떠남이 이어지는 가을, 추위와 배고픔의 겨울…. 생명체는 끈질기게 삶을 이어간다.

지은이도 그들 못지않게 끈기가 있다. 새들이 짝을 찾느라 부산한 3월 어느날, 지은이는 다람쥐 한마리가 땅속 굴에서 막 태어난 분홍색 새끼를 입에 물고 빈 딱따구리 둥지로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5월엔 바로 그 둥지에서 건강하게 자라 세상을 향해 첫발을 딛는 ‘2세 다람쥐’를 만났다. 그 사이 오목눈이 부모는 암수 합해 하루 250번 정도 새끼에게 애벌레를 물어 날랐다. 동고비 부모는 80일 걸려 애태우며 새끼를 키워냈다. “엄마와 아빠 동고비는 팔남매를 키우느라 거의 거지꼴이 되었지만 둥지를 나서는 여덟 마리는 정말 깔끔해요. 절로 박수가 나와요.” 한편의 드라마가 펼쳐진 스포츠 중계를 보는 듯하다.

눈물겨운 자식 기르기의 노고를 함께한 사람이 있었다는 걸 암수 동고비는 알까. 새끼 원앙의 첫 날갯짓을 응원하는 지은이의 마음은 ‘사람 부모’의 애틋함과 다르지 않다. 생명을 경이롭게 바라보며 길어올린 문장은 섬세하고 따사롭다. 아름다운 사진들도 그 자체로 많은 이야기를 한다. 조류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 이 책을 쓰는 데 큰 용기가 필요했다지만, 애정 없는 지식이 갖추지 못한 미덕을 만날 수 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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