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독서
김대식 지음/민음사·1만8000원 질문하는 글과 대답하는 글이 있다. 대답하는 글은 외부로 향하여 팬덤과 열광을 낳지만, 질문하는 글은 내부로 침잠해 들어가 성찰을 이끈다. 대답하는 글이 닫힌 체계라면, 질문하는 글은 열린 체계다. 미지의 세계를 조용히 탐구해보라고 권한다. 이 책은 ‘질문'이라는 화두를 중심으로 자신이 고른 책에 관한 짧은 에세이를 엮었다. 뇌과학자인 저자는 인문학 고전과 주목할 만한 국내 미발간 도서를 넘나들었다. 모두 훌륭하게 질문하는 책이다. 사실 한국인은 질문하기보다는 강박적으로 답을 쫓았다. ‘세컨드 팔로워 전략’으로 일관하는 대기업, 우리 역사를 결합하지 못하는 서구철학 연구, 북유럽에서 대안을 찾는 기성 언론까지 관습적으로 ‘이미 주어진 답’을 쫓았다. 질문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옳은 답을 찾나. 세계를 움직인 건 좋은 대답이 아니라 좋은 질문이었다. 고대 그리스의 소크라테스, 21세기 혁신가 일론 머스크도 질문하는 사람이었다. 성서의 신도 인간에게 직접 명령하지 않고 질문을 던지는 산파 역할을 했을 뿐이었다. 인공지능은 나중에 이렇게 물을지 모른다. 왜 우리는 당신 말만 따라야 하죠? 그 순간 이미 인간은 인공지능에 졌다. 질문은 하나로 수렴된다. 우리는 한 번도 동의한 바 없는데 우연히 지구에 태어났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여행에 던져진 우리는 무엇인가? 왜 사는가? 세계의 목적은 무엇인가?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소도시만한 컴퓨터가 750만년 만에 내놓은 대답은 ‘42’였다. 그게 뭔 소리야? 컴퓨터를 창조한 외계인이 묻자 컴퓨터가 대답했다. “제 생각에 문제는 여러분이 본래의 질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우주의 모든 것에 대한 답은 분명히 ‘42’이지만, 그 답이 나오게 한 궁극의 질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컴퓨터는 새 컴퓨터를 설계해주겠다고 한다. 그 컴퓨터의 이름은? 지구다. 외계인들이 말한다. “뭐, 그런 따분한 이름이 다 있어.”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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