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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한국 교양서의 중국어판 출간은 매우 드문 사례라죠”

등록 2017-03-13 23:43수정 2017-03-13 23:47

【짬】 유럽문화 전문가·탐독가 이광주 명예교수

이광주 인제대 명예교수.
이광주 인제대 명예교수.

“나는 사회와 정치와 경제 등 모든 것을 ‘문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본다.” 이광주(88·사진) 인제대 명예교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유럽문화사 전문가이자 탐독가이다. 고려대 사학과 시절부터 60여년간 지성사를 중심으로 유럽문화 전반에 걸쳐 폭넓은 연구를 해온 그는 특히 중세사본부터 윌리엄 모리스를 정점으로 한 서양의 책 역사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2007년 출간한 <아름다운 책 이야기>(한길사 펴냄)는 그의 지적 편력을 총정리한 역작으로 2014년 개정판까지 나왔다.

“놀랍게도 중국의 대표적인 출판사들 중 한 곳에서 ‘아름다운 책 이야기’ 번역본을 내자고 하네요.”

분당에서 은퇴 생활을 하고 있는 이 교수가 지난 7일 모처럼 서울 나들이를 하면서 ‘뜻밖의 낭보’를 들고 왔다. 10년 전 ‘아름다운 책 이야기’ 출간 때 인터뷰를 했던 인연을 잊지 않은 것이다.

‘아름다운 책 이야기’ 중국어판 계약
베이징 대표 출판사 먼저 출판 제안
“중국 번역자가 직접 골라서 추천”

60여년간 ‘책과 교양인’ 공부에 매혹
19권 ‘저술’…아흔에도 글쓰기 일상
“마지막 ‘일본체험’ 세대 기록 쓰고파”

그가 내민 ‘번역출판 수권계약서’에는 베이징펑황이리(鳳凰壹力)문화발전유한공사와 지난해 10월25일 번역 계약을 맺었고, 초판 5천부를 계약일로부터 18개월 안에 출판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나는 누가 그 책을 (중국에) 소개한 줄로 알았는데, 한국 책을 폭넓게 읽어온 중국인 번역자가 직접 고른 거래요. 이제까지 한국의 문학작품이나 정치, 경제 분야 책들은 여럿 중국어로 번역 출간됐지만, 이런 본격적인 교양서적으로는 처음이나 다름없다고해요.”

이 교수는 4~5권의 번역서를 포함해서 지금까지 모두 19권의 책을 냈다. 그는 “한평생 쓰고 싶은 글을 써서 원하는대로 책으로 만들었다”면서 자신의 삶에 전기가 된 것은 “김병익 문학과지성사 대표를 만난 덕분”이라고 했다. “김 대표가 쓰고 싶은 얘기가 생가나면, 매수에 관계없이 써달라고 주문했어요. 그래서 저술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고, 그것은 문필 활동의 큰 보람이었죠.” 그는 “교양은 탐구나 연구 대상이기 전에 휴머니즘의 문제”라며 "플라톤도 얘기했듯이 그것은 이데올로기적 논쟁이나 시비를 가리기에 앞서 먼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문지’가 그의 성향과 잘 맞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책 이야기’는 물론 <윌리엄 모리스, 세상의 모든 것을 디자인하다> <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 권> <지식인의 권력-근대 독일 지성사 연구> 등등 그가 쓴 책 속의 많은 삽화들도 “90%는 내가 유럽에서 직접 구한 것들”이라고 했다.

괴테, 발레리, 토마스 만 등의 문학과 하위징아, 부르크하르트 등 유럽의 지성사를 관통하는 ‘교양’의 전통과 역사의 빛나는 페이지를 장식한 숱한 ‘교양인’들을 탐닉해온 그의 요즘 관심사는 뜻밖에도 ‘일본’이었다.

“‘나의 일본 체험’과 일본 공부에 관한 글을 이미 50쪽쯤 썼어요. 일본은 미우나 고우나 우리 이웃이잖아요. 아베 같은 고약한 정치가도 있고 또 국가로서의 일본은 아주 고약한 나라지만, 일본인들은 책도 열심히 읽고 문화 수준도 높아요. 그런 일본을 우리는 미국·중국·유럽과도 비교해 보면서 잘 알고 있고요. 1945년 5년제 중학교를 졸업한 우리 세대 중에서, 내가 알기로는 나나 이보형 교수(서강대) 정도 빼고 나면 일본을 체험하고 연구한 세대가 이젠 거의 사라진 셈이죠. 그런 점에서도 내 일본 체험과 공부를 남기는 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 나이로는 올해 아흔이지만 혼자서 전철로 서울 나들이를 다닐 만큼 정정한 그는 기회만 준다면 <한겨레>에 ‘일본 체험기’를 연재해보고 싶다고 했다. 글·사진/한승동 선임기자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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