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미드의 최신작이 ‘이주’ 문제를 이슈화하고 있다.’(미 공영방송 <엔피아르>(NPR))
‘올 한해 가장 중요한 문학 작품 중 하나가 될 것 같다.’(<뉴욕 타임스>)
파키스탄 출신 소설가 모신 하미드(46)의 신작 <엑시트 웨스트>(EXIT WEST)에 쏟아진 찬사다. ‘서쪽 출구’쯤으로 번역될 이 소설을 두고 조이스 캐럴 오츠 등 저명 작가들도 “시의적절하며 매우 의미있는 스토리”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서점엔 출판 전 주문도 쏟아졌다.
이런 관심엔 문학 외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월 이슬람 국가 구성원들의 입국을 막는 반이민 행정명령을 내렸다. 다른 종교나 민족에 대한 배타성이 강화되고 있는 시대에 이주자의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이런 ‘반이주’ 분위기가 ‘흥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소설은 ‘전쟁으로 파괴된 무슬림 세계의 한 도시에서 떠나야 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연인의 스토리’다. 이들에게 ‘마술적인 문’을 통해 안전한 곳으로 이주시켜주겠다는 인간 밀수업자가 등장한다. 커플은 신비한 통로를 통해 그리스의 한 섬으로 순간이동한다. <뉴욕 타임스>는 “소설엔 마술적 리얼리즘과 난민의 비참한 삶이 용해되어 있다. 다른 때라면 현실과는 거리가 먼 환상적인 작품 대접을 받겠지만, 현시점에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작품으로 여겨진다”고 평했다.
작가는 파키스탄과 영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 미국서 17년, 영국서 10년, 파키스탄에서 20년을 살았다. 이주란 주제와 낯설지 않은 것이다. 파키스탄 제2의 도시인 라호르에서 태어나 3살 때 미 캘리포니아로 이주했고, 9살 때 라호르로 돌아왔다. 18살 때 프린스턴대 입학을 위해 미국으로 다시 이주했다. 하버드대 로스쿨까지 나온 뒤 뉴욕 매킨지 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그 뒤 런던으로 이주해 성악을 전공한 파키스탄 출신 아내와 결혼해 딸을 낳았다. 그리고 아내를 설득해 귀향했다. 그는 지금 라호르에서 컨설턴트 일도 하면서 소설을 쓰고 있다. 아내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작가는 앞서 2000년 펴낸 첫 소설 <나방 연기>를 포함해 모두 네 권의 소설을 펴냈다. 국내에도 번역된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민음사)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의 소설은 35개 언어로 번역 출판됐다.
“최근작에서 탐색하려 했던 건 모든 사람이 이주자라는 것입니다. 이주의 인간적 본성을 깨닫는 게 중요합니다. 표현이나 종교의 자유, 혹은 누군가를 사랑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우리에겐 이주권이 있습니다.”(<엔피아르> 인터뷰에서) 하미드는 심지어 한 도시에서 계속 살고 있는 이들조차 이주자의 범주에 속한다고 주장했다. “70년 전 뉴욕에서 태어나 이 도시에서 계속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70년 뒤) 뉴욕은 식별이 어려운 곳입니다. 같은 장소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도 기간이 오래 지나면서 일종의 이주자가 되는 것이죠.”
그는 미국에서 급속히 퍼지고 있는 ‘이슬람 혐오’와 ‘이민 통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이슬람 청년들’에게 ‘미국의 영웅’이 될 통로가 봉쇄될 경우에 그들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영웅이 되려고 하지 않겠는가?” 테러와 같은 극단적 행동에 눈길을 돌릴 수도 있다는 ‘불길한 예측’이다.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