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을 그린 소설 두 권이 나란히 나왔다.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쓴 대중교양서 <진보의 미래> 특별보급판도 새로 선보였다. 미리 온 대선의 계절, 노무현의 분투와 좌절을 돌이키며 정치인의 좌표와 의미를 묻는다.
팩션 <오래된 생각>(위즈덤하우스, 1만4000원)이 먼저 눈길을 잡는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과 제1부속실장 등을 지내며 노 전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오래도록 지켜본 ‘노무현의 복심’ 윤태영씨가 썼다. 소설이라지만, 양식을 차용한 처절한 조문처럼 다가온다. 노 전 대통령에게 가장 힘겨웠을 두 시기를 통해 그의 희망과 절망, 삶과 죽음을 응시하기 때문이다.
소설은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이자 대변인인 ‘진익훈’과 대통령 ‘임진혁’의 시점을 단속적으로 오가며 전개된다. 진익훈의 오랜 친구이자, 임진혁을 흔드는 검찰 출신 야당 대변인으로 설정된 ‘김인수’의 이야기도 한 축을 이룬다.
주된 시간 배경은 임진혁, 곧 노 전 대통령의 재임 4년차인 2006년이다. 2009년 5월 운명의 그날을 앞뒤로 한 기간도 끝부분에 담았다. 총리 낙마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집값 폭등, 북한 핵실험 등 쏟아지는 난제 속에 지지층의 이반이 겹치자 대통령직 중도 사임까지 고민하는 임진혁의 모습이 그려진다. 레임덕을 부추기는 보수세력의 책동을 다룬 장면은 가장 소설적인 대목이다. 김인수가 청와대에 ‘스파이’를 심고, 인사동 한정식집 등에서 재벌그룹 사장과 고위 관료, 군 장성까지 모아 “젖비린내 나는 정권”을 무너뜨리는 ‘역적 모의’를 하는 것으로 그렸다.
임진혁 대통령의 말과 생각, 말투나 버릇 등은 윤씨가 기록해둔 노 전 대통령의 실제 모습을 그대로 옮겨온 것으로 보인다. 그는 법무부 장관 인사에 반대하는 집권여당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 인사를 당 대표가 거부할 권한이 있습니까”라고 직격탄을 날린다. 하지만 곧 한 개비 담배를 태우고는 “아무래도 제가 심했던 것 같네요”라며 사과를 위한 전화 연결을 지시한다.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회갑기념 점심에선 “이 벽은 도저히 넘을 수 없다, 그 대목에서 순교를 생각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라고 처연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한다.
윤씨는 ‘작가의 말’에 “돌이켜보면 그분에 대한 미안함이 한 시절을 지배했다. ‘미안해하지 마라’는 남겨놓으신 말이 있음에도 그 의미를 곱씹지 않았었다. 소설을 쓰는 동안 비로소 그 말씀이 내 가슴을 파고들었다. 이제 나는 그 미안함을 내려놓는다”고 썼다.
김용원씨가 쓴 소설 <대통령의 소풍>(스틱, 1만2800원)은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소추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강철중’에 대한 탄핵안을 인용하고, 반발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는 줄거리다. <진보의 미래>(동녘, 1만3000원)는 2009년 11월 나온 책인데, 휴대가 편한 판형으로 바꾸고 가격을 낮춰 새로 냈다.
손원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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