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거리
여자 중학생 장미래는 글솜씨가 뛰어나고 머리 회전도 빠르지만 집이 가난한 데다 내성적이고 고민이 많습니다. “네가 태어난 것부터가 실수”라며 아비는 걸핏하면 폭력을 휘두르고, 어미는 경제력도 딸을 지켜줄 힘도 없습니다. 학교 친구들은 “음침한 애”라며 따돌립니다. 예쁘고 집에 돈도 많은 반장 이백합은 왜 그런지 친절하지만, 사실은 미래의 글솜씨를 질투합니다. 미래에게는 게임 속 세상이 ‘진짜 세상’이고, 현실에서는 태양이만이 유일한 친구입니다. 그런데, 설상가상 미래가 짝사랑하던 태양이는 백합이와 사귑니다. 아아….
웹툰 작가 ‘허5파6’의 <여중생A>(1~3·비아북)가 단행본으로 나왔습니다. 흔한 성장담이겠거니 했다가 눈물까지 글썽이며 세 권을 앉은 자리에서 완독했습니다. 생리대 살 돈이 없어 장농을 뒤지다 아버지에게 흠씬 두들겨 맞는 미래의 모습을 보면서 ‘깔창 생리대’를 쓰거나 생리 기간에 수건을 깔고 누워만 있다는 여성청소년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달성하고 세계 7대 강국을 만들겠다던 첫 여성대통령이 탄핵돼 집으로 돌아간 지금, 허황된 공약은 그렇다 쳐도 그럭저럭 먹고 살 만하다는데 국가는 대체 무얼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오는 5월9일 대선에는 미래처럼 가난하고 투표권이 없는 여성 청소년들을 대신해 표를 던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중생A> 4~5권에는 ‘오타쿠 내 성폭력’ 사건을 예언하듯이 묘사한 에피소드를 포함해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된다니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미스터리 속에 싸인, 언론에 한번도 등장한 적 없다는 ‘허5파6’ 작가님께 인터뷰 요청도 드리고 싶군요. 미래에게 미래를 선물해줄 순 없을까요? 함께 이야기 좀 나눠보아요.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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